분양 시작했는데 입주권도 풀려…둔촌주공 실수요자 '고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일반분양 청약 시점을 전후해 조합원 입주권이 매물로 풀리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공사 지연 탓에 지난 3일부터 조합원 입주권 일부의 전매제한이 풀려서다. 이에 따라 청약과 조합원 입주권 매입을 두고 고민하는 실수요자가 생겨나고 있다.

5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둔촌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최근 전용면적 84㎡ 배정이 가능한 조합원 입주권 매물이 14억원에 나왔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둔촌주공 재건축 84㎡ 호가는 20억원을 웃돌았던 만큼 이번 매물은 ‘급매’에 가깝다. 공교롭게 6일부터 시작되는 일반분양 청약을 앞두고 나온 매물이다. 84㎡의 일반분양가는 13억2000만원 선이다. 매물로 나온 입주권은 급매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포함, 실수요자가 지급해야 할 비용이 16억원으로 전용 84㎡ 일반분양보다 3억원가량 비싼 셈이다.

도시정비법시행령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하다. 다만 조합원의 주택 소유기간이 10년 이상이고 거주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또는 착공일로부터 3년 이상 준공하지 않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토지를 3년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팔 수 있다. 둔촌은 공사 지연으로 인해 3년 조항이 해제됐다. 둔촌주공의 착공일은 2019년 12월 3일이었다. 둔촌동 A공인 관계자는 “연내 준공이 어려워지면서 올여름부터 12월 3일 이후 잔금 조건을 특약으로 걸고 조합원 입주권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입주권 거래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조합원 아파트는 선호 동과 층에 우선 배정된다는 것이다. 둔촌주공은 내년 1월 동·호수를 추첨할 예정이다. 청약 당첨자와 달리 전매제한 기간이나 실거주 의무도 없다. 일반분양엔 유상옵션으로 추가하는 발코니 확장, 고급화 패키지, 가전 등도 조합원에겐 무상이다.

단점은 금융 부담이다. 입주권 매입 대금과 1억9000여만원의 분담금을 단기간에 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통상 아파트 공기가 36개월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입주권 거래 제한이 이런 식으로 풀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일반 분양가격이 3억원가량 저렴한 상황이라 입주권 매력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