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부엌뷰' 논란이 있는 전용 84㎡E에 대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최혁 기자.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부엌뷰' 논란이 있는 전용 84㎡E에 대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최혁 기자.
#. 그간 청약통장을 아껴 온 강씨(52)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에 도전할 생각이었지만 ‘일반분양 물량은 동 배치나 층이 별로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청약점수가 74점에 달하고 자금 여유가 있어 당첨 가능성이 높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둔촌주공'은 올해 분양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이다. 이 단지는 공사비 증액 계약, 상가 분쟁 등으로 6개월 동안 사업이 멈추기도 했지만,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달 5일 4786가구에 대한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원했던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많은 단지인 만큼 다양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유형 가운데 부엌을 서로 마주 보는 '부엌뷰' 논란부터 소형 평형을 '복도식'으로 설계해 주거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숙희 내꿈사 대표(사진·42)는 최근 <한경닷컴>과 만나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청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엌뷰'니 '소형평수 차별 설계'니 말이 많다"면서도 "그게 다 관심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미분양은커녕 완판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부엌뷰'·'복도식'

예비 청약자들 입방아가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부분은 바로 '부엌뷰'다. 전용 84㎡E와 전용 59㎡C 타워형에서 마주 보는 동과의 주방 창문 거리가 3m 정도에 불과하다. 주방 창을 두고 맞붙어있는 형태인데, 창을 열면 이웃집 내부가 다 보이는 구조다. 기능 면에선 환기·통풍에서 불리하고 입주 후엔 사생활 침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비 청약자들은 "13억원이나 되는 아파트인데 분양받아 사생활 침해당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일부 예비 청약자들은 '앞집 요리하는 모습까지 다 볼 수 있다', '선호 유형은 조합원들이 다 가져가고 '부엌뷰' 같은 비선호유형은 일반 분양받는 청약자들에게 다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논란은 소형 평수에서 불거졌다. '복도식' 배치 때문이다. 둔촌주공에서 일반분양으로 풀리는 소형 주택은 △원룸형 전용 29㎡(14평) 11가구 △투룸형 전용 39㎡(18평) 1160가구 △투룸형 전용 49㎡(22평) 903가구로, 소형주택을 배치한 곳은 전체 85개 동 가운데 11곳이다. 전용 29·39·49㎡를 섞어서 배치하는 5개 동은 한 층을 10가구가 사용한다. 전용 39㎡·49㎡ 주택형으로 구성되는 4개 동도 10가구가 복도를 공유하는 구조다. 전용 39㎡로만 짓는 2개 동은 한 층에 7가구를 배치한다.


'복도식'은 같은 층에 여러 가구가 기다란 복도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형태다. 서울 한복판에, 강남권 입지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인데도 일반적인 오피스텔과 다름없는 설계를 적용한 것이다. 복도식 아파트는 계단식에 비해 부가 면적이 좁고 많은 난방비와 치안이 불안하다는 단점이 있다.

정숙희 대표는 "'부엌뷰'는 동과 동 사이 거리가 약 3m로 일각에서 나오는 비판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시공사도 창문에 불투명한 필름을 붙이는 등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예비 청약자들이 우려하는 '앞집이 보이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소형 주택 '복도식' 배치는 시대를 역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쉽기는 하지만 단지 자체의 입지 등 다른 요소들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욕세권'이라고 들어봤나. 역과 가까운 아파트를 말하는 '역세권'에서 유래된 단어인데, 이만큼 비판이 잇따른다는 것은 관심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돼야 한다"며 "과거 '욕세권' 단지 중에 청약이 흥행한 곳이 아주 많다"고 설명했다.

"애매한 50점대 40·50세대 기회가 될 것"

청약에서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면적대는 전용 59㎡다. 이 면적대는 전체 일반분양 4786가구 중 1488가구다.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전용 59㎡ 분양가는 9억7940만~10억5190만원이다. 완화된 중도금 대출 기준(12억원)이 적용돼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숙희 대표는 "예비 청약자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면적대는 전용 59㎡가 될 것"이라며 "고가점자 가운데 자금력이 떨어지는 예비 청약자들이 모두 이 면적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때문에 전용 84㎡가 일부 예비 청약자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용 84㎡의 분양가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이다. 중도금 대출 기준인 12억원을 넘어간다. 대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체 예비 청약자에서 자금력을 갖춘 예비 청약자들끼리만 경쟁하게 된다는 얘기다. 전용 84㎡ 내에서도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용 84㎡A에는 예비 청약자들이 몰리겠지만 전용 84㎡E 같이 논란이 있는 면적대는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

정 대표는 "전용 84㎡E의 경우 '부엌뷰'라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자금이 있는 40·50세대 가운데 청약 가점이 50점대로 애매한 예비 청약자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청약을 놓치면 앞으로 나올 강남권 청약엔 50~60점대로는 당첨되기 더 어렵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숙희 내꿈사 대표가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정숙희 내꿈사 대표가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둔촌주공'에 대한 말이 많지만, 청약은 흥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청약에서는 84점짜리 만점짜리 통장은 물론 고가점대 통장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통장도 10만개가량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둔촌주공 자체는 강동구에 있지만 생활권은 송파구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강남권과 여의도권 접근성이 좋다. 또 1만20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생활권이라는 점도 장점"이라며 "예비당첨자 비율도 공급물량의 500%이기 때문에 1순위에서 마감이 안 되더라도 경기, 인천 등 기타 지역 1순위 무주택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여러 논란에 '둔촌주공' 청약을 고민하는 예비 청약자들에게 정숙희 대표는 "서울은 만성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라며 "서울시가 다양한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둔촌주공'과 같은 대단지, 상급지 공급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었다면 '둔촌주공'에 관심을 갖고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11년간 음악학원을 운영하다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9년 8월 '내꿈사' 네이버 카페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업무를 시작했다. 2019년 '2020 대한민국 재테크 트렌드'를 출간했고 이어 2020년 '아는만큼 당첨되는 청약의 기술'을 냈다. 올해 7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강남 로즈라운지' 사옥을 열었다. 현재까지 '내꿈사'를 통해 아파트 단지에 당첨된 청약자는 4000명에 이른다.
"둔촌주공 '부엌뷰' 논란이라고?…미분양은커녕 완판 될 것" [이송렬의 우주인]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영상·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