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청량산에서 바라본 동춘동과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청량산에서 바라본 동춘동과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격언이 또 들어맞았다. 지난해 전국 1위 상승률을 기록한 인천 집값이 올해는 하락으로 돌아섰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인천 집값이 3월 둘째 주를 기점으로 올해 누적 하락 전환됐다. 인천 집값은 올해 누적으로 0.04% 하락을 기록했는데, 1월 다섯째 주부터 내림세를 거듭하면서 7주 만에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게 됐다.

올들어 인천 8개 자치구 가운데 5개 구에서 집값이 내려갔다. 연수구가 0.25%로 가장 많이 하락했고 동구(-0.15%)와 중구(-0.12%), 서구(-0.08%) 등의 순이었다. 누적으로 집값이 오른 곳은 계양구(0.24%), 미추홀구(0.04%), 부평구(0.03%) 뿐이었다.

인천은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한 지역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인천 집값은 22.22% 올라 서울(6.52%), 경기(20.32%)를 따돌리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인천 내에서도 연수구(32.22%), 서구(22.54%), 부평구(22.33%) 등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 곳곳에서 하락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그린스퀘어' 전용 116㎡는 이달 10억6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의 14억원에 비해 3억4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동구 만석동 '만석비치타운주공' 전용 59㎡는 지난달 2억2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0월 2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 떨어졌다. 서구 당하동 '검단힐스테이트6차' 전용 84㎡도 이달 5억47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지난해 9월 6억원에 비해 5300만원 하락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전경. 사진=한경DB
인천 검단신도시 전경. 사진=한경DB
단기간 내 상황이 역전된 원인은 공급물량에 있다. 인천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9년 1만3679가구, 2020년 1만1429가구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2만88가구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부터는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인천시에 따르면 2기 신도시인 검단 입주가 본격화되고 송도와 영종도, 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물량이 더해지며 올해에만 4만194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대기 물량도 쌓였다. 인천시는 2023년 4만5000가구, 2024년 2만8000가구, 2025년 7만 가구 등 2025년까지 총 18만5000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천시가 18만5000가구에 달하는 공급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구당 평균 세대원 수(2020년 2.3명)를 감안하면 18만5000가구를 소화하는데 필요한 인구는 42만5500명이다. 하지만 인천의 인구는 2019년 295만7000여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294만8000여명으로 줄었다.

공급이 넘치다 보니 매수심리도 식어가는 상황이다. 3월 둘째 주 인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8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99.8로 기준선인 100을 하회한 이후 계속 하락세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분석을 통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0~200 사이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100을 기준선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검단 신도시에만 약 7만5000가구가 들어설 전망"이라며 "공급이 급증하면서 인천 청약 시장에는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급물량이 많은 탓에 투자보다는 실거주 수요에 따라 가격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