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임대료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아파트 외엔 자진 말소 불가…"진퇴양난"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신발투척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신발투척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아파트 임대사업제도를 폐지하면서 ‘퇴로’를 열어주자 빌라와 원룸 집주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내년부터 임대보증금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지만 이들에겐 사업자를 자진 말소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다.

13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등록임대사업제도 개편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오는 18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7·10 대책’에 따라 4년짜리 단기임대가 폐지되고 아파트의 경우엔 8년짜리 장기임대도 없어진다. 앞으론 다세대·다가구주택 및 건설임대만 10년 임대할 때 임대등록이 가능하다.

정부는 폐지되는 유형인 아파트 임대사업자들에 대해 자진 말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의무임대기간을 채우지 않고 임대사업을 정리하더라도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거주주택 비과세 등 기존에 보장한 세제 혜택을 유지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아파트를 제외한 빌라나 원룸 등을 운영하는 임대사업자들은 이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부터 임대보증금 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비용이 늘어나는데 사업을 접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임대기간을 채우지 않고 집을 처분해 사업을 포기할 경우엔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에서 빌라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김모 씨는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은 사지로 몰면서 퇴로조차 열어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집을 팔아도 세금과 과태료가 추징되고 안 팔면 갈수록 비용이 늘어난다”고 하소연했다.

임대보증금 보험은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보증기관이 이를 대신 돌려주는 제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일단 1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8월13일 이후 갱신하거나 새로 맺는 임대차계약부턴 집주인이 직접 가입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집주인들의 비용 부담이 늘면서 임대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진다. HUG의 전세보증보험 수수료는 0.099~1.139%다. 국토부는 “신용도가 2등급인 임대인이 부채비율 80% 이하인 보증금 2억원짜리 집에 보증보험을 가입하면 연 보험료는 27만원 수준”이라며 “부담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주인의 신용도나 주택의 부채비율에 따라 요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대다수 임대인들의 실질 부담은 이보다 높을 전망이다. 여러 채를 임대하는 경우엔 보험료가 연 수백만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원룸 등 다가구주택의 경우엔 공동주택 보증료율에 30%를 할증한다. 2년 전 미분양 빌라 여러 채를 분양받은 이모 씨는 “남편이 정년 퇴임한 뒤 병원비라도 보태기 위해 임대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진퇴양난에 빠졌다”면서 “웬만한 아파트 한 채값도 안 되는데 강남 다주택자 수준으로 사지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까지 전국 누적 등록임대주택은 총 156만9000가구다. 1분기엔 6만2000가구가 신규 등록했다. 이 가운데 74.2%는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다가구주택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도 아파트 임대사업자처럼 자진 말소 등의 기회를 동일하게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보증금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다양한 형태로 임차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빌라나 원룸 임대인들의 경우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고령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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