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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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제작,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4'가 '빈집 털이'에 제대로 성공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개봉 22일째인 5월 15일 오전 7시 30분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로써 이 영화는 한국영화 사상 최초 트리플 천만, 2024년 최단기간 천만, 시리즈 최단기간 천만 돌파의 기록을 세웠다. 한국 영화 역사상 역대 33번째 천만 영화, 역대 한국영화 중 24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됐다.

이 영화는 최단 기간 천만 돌파에 이어 시리즈 전체 누적 관객 수 4000만명이라는 기록까지 경신했다. '범죄도시'(2017) 688만 546명, '범죄도시2'(2022) 1269만 3415명, '범죄도시3'(2023) 1068만 2813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시리즈 사상 전대미문 기록을 세운 것이다.

통상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4월, 한국 영화계는 '범죄도시4' 덕분에 심폐 소생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영화 매출액은 636억원. 집계된 후 4월 기록 중 역대 최고다.

이는 '범죄도시4'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매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전 2017~2019년간 4월 한국 영화 평균 매출액인 318억원의 2배에 달했다.

한국 영화 관객 수도 659만 명으로 4월 역대 최다였다. 팬데믹 전 4월 평균 관객 수와 비교했을 때도 1.7배나 뛰었다.

지난해 '서울의 봄', 올해 3월 '파묘', 4월 '범죄도시4'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계가 엔데믹 훈풍을 타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파묘'부터 '범죄도시4'까지 흥행하면서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다. 이 기세라면 여름 성수기까지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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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존재하듯, '범죄도시4'가 흥행하면서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영진위는 "'범죄도시4' 개봉 후 첫 주말인 4월 27일 상영점유율은 82%였다"며 "2012년 이후 집계한 바로 역대 최고 일일 상영 점유율이었다"고 짚었다.

'범죄도시4'의 독주는 지난해 할리우드 파업 여파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4월 마블을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의 개봉이 없었고 지난해와 달리 국내서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없었던 것도 외국 영화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관객들 사이에선 "'범죄도시' 말고는 볼 영화가 없다"며 "범죄도시'가 내려가야 다른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범죄도시' 천만 만들기에 업계에서도 동참했다는 지적이다. 과거라면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와 같은 블록버스터를 피해 한국 영화가 개봉 눈치싸움을 했다면, 이제 '범죄도시 피하기'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에 '범죄도시4'는 스크린 독식 논란으로 질타를 받는 상황.

실제로 '범죄도시4' 개봉 이후 최근까지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같은 날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를 비롯한 독립영화 몇 편이 전부였다.

한 영화의 상영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단기간에 대규모 관객을 동원하겠다는 것으로 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범죄도시' 측은 지난 8일 '글로벌 수익 5000만불 돌파'라고 홍보하며 해외 흥행 청신호가 켜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중 97%가량이 국내 매출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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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의 머릿속에는 '범죄도시'가 8편까지 있다고 했다. 실제로 5~8편은 마동석 주도하에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흥행을 떠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괴력의 형사 마석도가 범죄 집단을 통쾌하게 잡고 승리를 거둔다는 뻔한 결말. 시리즈 전체를 답습하는 전개 방식, 액션, 유머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이 시리즈를 '재밌다'고 즐기는 관객들은 작품성보다 가볍게 즐길 만한 오락 영화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8편까지 나온다면 성공률은 '글쎄'다. '범죄도시'는 1편이 제일 재밌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 시리즈가 살길은 작품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1편의 초심을 지키면서도 과감한 변화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