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대구, 대전 등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주요 도시에 외지인들의 ‘원정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지의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아파트 쇼핑’에 나서면서 신고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물론 이른바 전국구 큰손들까지 대거 몰려들면서 주택시장은 9·13 부동산 대책 이전 수준의 집값을 빠르게 회복하는 추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원정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특정 지역의 아파트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의 투자자들이 서울, 대구, 대전 등 주요 도시의 아파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외지인 매입비율이 10%대로 증가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한경DB
전국 각지의 투자자들이 서울, 대구, 대전 등 주요 도시의 아파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외지인 매입비율이 10%대로 증가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한경DB
‘지방 큰손’ 서울 강남 상경 투자

20일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매매거래에서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46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1538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나온 9·13대책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작년 말부터 거래량이 급감해 서울 아파트 시장의 서울 외 투자 건수는 올 1월 이후 300건 수준을 유지했지만 7월 1498건, 8월 1705건, 9월 1463건을 기록하면서 최근 3개월 동안 평균 1500건 이상으로 폭증했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에 외지인 매입이 집중됐다. 9월 기준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150건을 기록하는 등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외지인 매입 건수는 총 420건이었다. 서울 외지인이 매입한 아파트 1463건 가운데 29%가 시세 10억~20억원대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 4구에 집중됐다.

전체 거래 건수 대비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서울 주택 거래량은 지난 8월 8586건에서 9월 7096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아파트 매매에서 외지인이 차지한 비율은 19.9%에서 20.6%로 되레 증가했다. 거래된 매물 다섯 채 중 한 채는 외지인이 샀다는 뜻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앞으로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지방 투자자들이 대거 상경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원정투자 행렬에 서울·대전·대구 최고가 행진
대구·대전도 투기수요 급증

원정 투자자들은 서울뿐 아니라 대구와 대전 등 상승세가 한창인 지방 아파트 시장까지 뛰어들고 있다. 대구의 외지인 아파트 매입 건수는 8월 235건에서 이달 259건으로 늘어났고 전체 아파트 매매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6%에서 10.7%로 증가했다. 대구의 핵심지역인 수성구의 주요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이미 10억원에 다가서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힐스테이트 범어’ 전용 84㎡의 입주권은 지난달 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수성구 집값 변동률은 지난달 30일 상승 전환한 뒤 이번 주엔 지난주 대비 0.10% 상승했다.

대전의 외지인 매입 건수는 8월 409건에서 9월 470건으로 늘어났고, 외지인 매입 비율도 같은 기간 20.4%에서 21.7%로 1.3%포인트 높아졌다. 대전 서구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서구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매물은 2억5000만~3억원 정도 웃돈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둔산동 크로바 아파트 전용 134㎡는 11억4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전 집값 상승은 감정원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전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9% 상승하면서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서구에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인근 세종시에 비해 규제가 적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몰려드는 상황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재건축·재개발 시장과 신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대전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과열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