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급등 '후폭풍'
(2) 같은 부동산, 다른 공시價

국토부 통제받는 한국감정원, 공시가격 크게 올려
감정평가사들이 제시한 상승률보다 최대 3배 차이
"정부, 中·高價 단독주택 보유세 올리려고 무리수"
< 공시가격 41% 치솟는 한남동 주택가 >  올해 같은 지역 공시가가 평가 주체에 따라 들쭉날쭉해 공시가의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시지가가 14% 오르고,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41% 뛸 예정인 서울 한남동 주택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공시가격 41% 치솟는 한남동 주택가 > 올해 같은 지역 공시가가 평가 주체에 따라 들쭉날쭉해 공시가의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시지가가 14% 오르고,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41% 뛸 예정인 서울 한남동 주택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민간 감정평가사는 전국 땅 가격(표준지 공시지가)을 매긴다. 이와 별도로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주택 보유세를 산정하기 위해 땅값에 건물값을 더한 가격을 발표하는 것이다. 공시지가 상승률과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매년 비슷했다. 단독주택 가격은 땅값과 건물값의 합이지만 땅값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사상 처음으로 이 같은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공시지가 상승률의 두 배를 넘었다. 심한 곳은 세 배에 달했다. 한국감정원이 국토부의 보유세 인상 정책에 발맞춰 무리하게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가·공시지가 상승률 격차 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내 10개 동에서 표준단독주택 1216가구·표준지 763필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26.9%)이 표준지 공시지가 평균 상승률(12.7%)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한남동 공시지가는 1년 새 14% 올랐으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41% 급등했다. 마포구 연남동에선 공시지가가 25% 오를 때 공시가격이 70% 급등했다. 공시지가가 17% 오른 강남구 삼성동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48% 뛰었다. 방배동도 두 상승률 간 격차가 23%포인트에 달했다.

'땅값 공식' 갑자기 깨버린 정부…"공시가격 신뢰 완전히 무너졌다"

다만 저가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에선 두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홍제동에서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8%, 공시지가는 7% 올랐다. 장안동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8%, 공시지가 상승률은 10%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중고가 단독주택의 보유세를 크게 올리려 하다 보니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단독주택 공시가와 표준지 공시지가가 이렇게 차이 나는 경우는 없었다. 작년까지 최근 3년간 두 가격의 상승률 차이는 0~1%대에 그쳤다. 한 감정평가사는 “공시가격이 공시지가보다 배로 오르는 일은 20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업무 분리로 산정 체계 혼란”

감정평가사들은 감정평가 관련 3법이 제정된 뒤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 체계가 혼선을 빚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감정평가 관련 3법은 △감정평가사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한국감정원법을 말한다. 2016년 1월 제정해 9월 시행됐다. 핵심은 업무영역 분리다. 법 제정 이후 기존 민간 감정평가업자가 맡고 있던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 업무가 한국감정원으로 넘어갔다. 감정원은 이후 전국 단독주택 418만 가구 중 22만 가구를 표준주택으로 선정해 공시가격을 매기고 있다. 아파트와 빌라 등 전국 공동주택 1289만 가구는 예전부터 직접 가격을 산정했다.

반면 토지는 여전히 민간 감정평가사가 공시지가를 매기고 있다. 표준지가 전국 50만 필지로 방대해 민간 평가사 1052명에게 조사·평가 업무를 의뢰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민간 평가사가 산정한 표준지공시지가를 최종 결정·공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 감정평가사는 “공시가격과 공시지가 모두 감정평가사가 하던 업무”라며 “감정원이 평가사가 아닌 이들까지 동원해 가격을 산정하다 보니 가격 산정이 정부 의지에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감정평가사는 “공시업무를 맡은 감정원 직원이 450여 명이고, 이 중 감정평가사는 200명가량”이라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력으로 공동주택 1289만 가구, 표준주택 22만 가구의 공시가를 제대로 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깜깜이’ 공시가 산정도 문제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산정 기준이 베일에 가려진 것도 문제다. 어떤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정하고, 그 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하는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정원이 실거래가의 일정 비율을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산정 공식은 외부에 알려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공시가격을 좌지우지할 여지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올해 공시가격 산정을 두고도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에 고가 단독주택(2018년 공시가격 20억원 이상) 공시가격을 최고 세 배까지 올리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산정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라면 행정권 남용으로도 볼 수 있다”며 “땅값에 비해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으면 정부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공시지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엄연히 달라 두 지표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양길성/구민기/이주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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