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5, 공공건축가에 '재개발 그림' 맡긴다
서울 한강변 재개발구역인 한남뉴타운(사진) 2·5구역이 서울시 공공건축가와 손잡고 재개발 밑그림을 다시 그린다. 재정비촉진계획안 마련 단계에서부터 서울시의 한남뉴타운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서울시 심의 통과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3구역은 일부 블록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사업성을 높이는 내용의 재정비촉진계획안을 다음달께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정비촉진계획안은 가구 수, 층수, 용적률, 건폐율, 동(棟)배치 등 재개발의 밑그림을 담은 안이다.

◆공공건축가 손잡는 2·5구역

한남2·5, 공공건축가에 '재개발 그림' 맡긴다
30일 서울시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 내에 한남 2·5구역에 공공건축가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조합 차원에서 마련한 재정비촉진계획안을 백지화하고 서울시 공공건축가와 함께 지난해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맞는 새로운 안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조합에서 공공건축가 파견을 요청했다”며 “이들 조합은 공공건축가가 재정비촉진계획안을 마련하면 그대로 수용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주 안에 파견 인원과 시기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 규정에 따르면 2000가구 이상 대규모 정비사업장은 공공건축가가 총괄계획가(MP)로서 사업 전반에 대한 자문, 사업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남 2·5구역이 시에 공공건축가 파견을 요청한 것은 서울시 재정비위원회의 심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인근 한남 3구역이 서울시 심의과정에서 여러 차례 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공공건축가들과 손잡고 새 설계안을 마련해 심의를 통과한 것이 선례가 됐다.

한남2·5, 공공건축가에 '재개발 그림' 맡긴다
한남 5구역은 올초 용산구청에 최고 22층 높이 2600여가구 규모의 재정비촉진계획 수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사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구역 내 가장 큰 이슈인 변전소, 보호수, 서빙고 나루터, 서빙고 부군당, 보광동 후무묘 등의 존치·이전 등에 대해서다.

조합 일각에서는 공공건축가가 참여하면 설계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사업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한남 5구역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공공건축가의 도움을 받으면 서울시 심의를 바로 통과할 수 있다”며 “오히려 속도를 더 낼 수 있다고 조합원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확정된 가이드라인에서 보광초등학교 존치 및 이태원 상권에 해당하는 지역이 구역에서 빠진 2구역도 역시 공공건축가 파견을 요청했다. 2구역 조합 관계자는 “기존 구역에서 제척되는 곳이 적지 않다”며 “공공건축가와 함께 정비계획안을 마련하면 서울시와 이견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구역 사업성 높아져

한남뉴타운의 선두주자인 3구역은 이르면 다음달 서울시 재정비촉진계획안 변경안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이달 초 촉진계획안 변경안을 확정해 주민 공청회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다. 최고 22층 높이로 5852가구를 짓는다. 7개 블록으로 나눠 각각 특화설계를 도입한다. 전체의 80%가 넘는 4898가구를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으로 설계했다.

변경안에선 전체 7개 블록 가운데 한 곳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슬람 사원부터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대로변까지 이어지는 ‘우사단로’ 일대인 2블록이 대상이다. 지난해 마련된 가이드라인에선 ‘옛길의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보행자 우선도로로 재단장하라’는 지침이 마련됐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동간 거리, 용적률 등의 건축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3블록은 지형에 순응하는 개발에 고도제한까지 더해지면서 가구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3구역이 서울시 계획에 잘 따라와 줬는데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고 판단해 특별건축구역 지정으로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수영/김형규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