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몇 층일까요? > 비탈진 경사를 이용해 실질적인 용적률을 높인 언덕길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역삼동 언덕길 상가 모습. 이현진 기자
< 여기는 몇 층일까요? > 비탈진 경사를 이용해 실질적인 용적률을 높인 언덕길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역삼동 언덕길 상가 모습. 이현진 기자
서울 강남대로변에 있는 영화관 ‘CGV 강남’ 옆 골목길로 올라가면 가파른 경사길 사이로 맛집과 가게가 늘어선 이른바 ‘역삼동 언덕길’이 펼쳐진다. 이곳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 자리 잡은 A건물은 용적률이 93.4%밖에 되지 않는 법적으로 2층 건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4층 건물이다. 지하 2층은 카페,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식당, 지상 2층은 주택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상 2개 층만 보이지만 강남대로변에서 올려다보면 4개 층 모두가 지상이다.

언덕길 상권이 뜨고 있다. 언덕 경사를 이용해 용적률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이다. 물론 층고를 측정하는 기준점에 따라 실질적인 층고가 달라질 수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건축사나 관공서에 사전에 문의해 저층부가 지하층인지 지상층인지 확인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사도를 활용한 언덕길 상가

"용적률 혜택…지하 2층을 지상 1층처럼 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지역 언덕길 상권은 역삼동 언덕길을 비롯해 이태원 경리단길·장진우 골목 등이 꼽힌다. 빠르게 팽창하는 홍대 상권도 구릉지 다가구주택을 상가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많다.

언덕길에 자리 잡은 가게는 대부분 땅의 높이 차이를 이용해 용적률 혜택을 받는다. 현행법상 지하층은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언덕길 건물은 위에서 보면 지하층이지만, 아래에서 보면 지상층인 경우가 많다. 이를 지하층으로 인정받으면 용적률 제한을 피하면서 지상층처럼 활용할 수 있다.

서울 서교동 395 제2종 일반주거지 일대 B건물(연면적 250㎡)은 최근 공시가격(4억4000만원대)의 4배에 가까운 17억원에 팔렸다. 용적률 115%의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이지만 경사를 이용해 지하 1층도 지상 1층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태원동 211 일대 C건물(연면적 301㎡)은 용적률 89%에 지하 2층~지상 2층 건물이다. 전 층을 모두 음식점으로 쓰고 있다. 언덕길 위에서 보면 2층 건물이지만, 아래에서 보면 지하층도 도로에 접해 있어 지상층으로 보인다.

○“불법 가능성도…구청 확인 필수”

실질적인 용적률 상승 효과를 보기 위해 언덕길 건물을 찾아다니는 투자자들도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역삼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엔 경사가 심한 곳은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피하는 게 보통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상권이 발달된 곳은 언덕길 건물을 매입해 상가주택으로 바꾸면 투자 수익률이 높아 언덕길 상가를 찾는 이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언덕길 건물의 지상층이 지하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강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한 면만 도로에 노출됐다고 해서 지하인 것은 아니다”며 “해당 층 높이 50% 이상이 지하에 묻혀야 지하층으로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투자하기 전에 이런 사항을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하층 계산 방식이 복잡하고 건물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지점을 지표면으로 삼을 것인지도 지역과 경사도 등에 따라 다르다. 중개업소의 말만 믿었다가 나중에 구청으로부터 불법 건축물로 판정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사업성을 분석할 때 미리 담당 관공서에 확인해야 한다”며 “나중에 지하층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 비싸게 매입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