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서울의 미래 모습에 관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오 시장은 “세계인이 일하고 관광하고 싶은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서울의 미래 모습에 관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오 시장은 “세계인이 일하고 관광하고 싶은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지금 세계인에게 서울은 가고 싶은 도시 ‘톱3’ 안에 듭니다. 사람들이 와서 보고 실망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엄근진(엄숙·근엄·진지) 서울을 펀(fun)시티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속사포처럼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오 시장은 최근 잠수교에서 루이비통이, 경복궁에서 구찌가 패션쇼를 연 것을 언급하며 “이미 서울은 세계인에게 ‘힙(hip)’한 도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이 고품격 글로벌 관광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상암동 서울링, 한강 노들섬, 여의도 서울항 개항 등의 프로젝트를 차례로 소개했다. 건물 용적률을 상향하는 대신 저층부에 녹지공간을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정원도시’ 개념도 강조했다. 남산에서 한강을 보며 달리기를 즐길 수 있도록 데크를 들어올려 ‘스카이 트레일’을 조성하는 등 서울 시내 둘레길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엄·근·진 서울, 펀시티로…남산 스카이 둘레길서 한강보며 조깅"
▷이종학 고려대 교수=서울의 도시경쟁력이 지난해 세계 5위라는 일본 모리재단 지표를 인용했는데, 질적인 지표를 많이 활용하는 다른 순위에서는 서울시가 140개 국가 중 68위다. 세계인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는 아직 아니지 않나.

▷오세훈 시장=아픈 곳을 찔렀다. 하지만 도시경쟁력 순위와 삶의 질, 행복도를 평가하는 지수는 다르다. 질적 지표를 활용한 순위에서는 쾌적한 정원 같은 유럽 도시가 높은 순위에 오른다. 인구 20만~30만 명의 도시들과 1000만 명 서울을 같은 방식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대도시가 되느냐다. 이번에 일본 도쿄 출장을 갔다가 속이 상해 돌아왔다. 10년 전에는 ‘몇 년만 있으면 따라잡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새 상전벽해가 됐다.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후 일본이 엄청나게 노력한 것이다. 서울이 오스트리아 빈처럼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더 쾌적하게 만들면 삶의 질을 분명히 올릴 수 있다.

▷장동한 건국대 교수=작년 이맘때 강남역 수해로 피해가 컸다. 유동인구가 대단히 많은데도 취약한 지역이 있다.

▷오 시장=2010년 우면산 산사태가 굉장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수해를 막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수천억원, 수조원이 들어가고 기간도 3~7년은 잡아야 한다. 매년 망설이다가 퇴임 직전 계획에 반영했지만, 이후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만들어 놓으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 빗물이 흘러가는 대용량 터널을 건설하기로 지난해 결정했다.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제는 전통시장 보호와 큰 관련이 없다.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는 가운데 규제를 폐지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 시장=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형마트 영업을 못 하게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가는 게 아니다.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상생문제를 살펴가며 하겠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서울 합계출생률은 여전히 0.59로 전국 꼴찌다. 서울시 인구도 계속 줄고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정책을 제안했는데, 간병인 구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오 시장=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은 홍콩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홍콩에선 아이 낳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최저임금이다. 지금 설계해놓은 최저임금 수준의 월 200만원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어 월 100만원 수준을 주장하려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3년간 간병 문제를 겪었기 때문에 간병인 부족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간병을 위한) 돌봄노동자 수입도 정부에 건의할 것이다. 그 외 방법이 없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게 할 생각이다. 논의가 무르익으면 외국인 인력 도입을 이민사회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임충식 덴톤스리법률사무소 고문=2030년까지 유니콘 기업 50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공간 조성만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오 시장=목표가 다소 높긴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학이 스타트업 산실이 되는 게 가장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또 홍릉 바이오, 수서 로봇, 양재 인공지능 등 산업별로 특별구역을 조성하고 있다.

▷문정숙 디지털소비자연구원장=서울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중 빅데이터 강의를 들었는데 참 좋았다. 그런데 젊은 층만 이용할 수 있는 식의 나이 제한이 많았다. 평생교육을 추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 시장=옳은 지적이다. 온라인 교육플랫폼 ‘서울런’을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무료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평생교육 공간으로 바꿔 가도록 하겠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한다면 그에 맞는 숙박시설을 갖추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오 시장=맞다. 관광숙박시설 용도로 짓는 건물에 대해서는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하고, 특히 디자인이 혁신적이고 친환경 요소가 있는 숙박시설엔 추가 인센티브를 줘 고급스러운 숙박 공간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장려하겠다.

이상은/최해련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