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정감사장에서 다른 상임위원회와 달리 물컵으로 종이컵 대신 실리콘 재질의 컵을 사용해 이목을 끈다.

‘실리콘 컵’은 환노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제안으로 국감 회의실에 들여놓은 것이다. 김 의원은 상임위 업무추진비로 연두색 실리콘 컵 30개를 샀다. 정부 업무보고나 환노위 전체 회의가 열릴 때마다 환노위원장실 직원이 준비해 위원과 증인 책상 위에 올린다. 가격은 개당 3000원이다.

김 의원이 실리콘 컵을 쓰자고 제안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일회용품 사용 ‘제로화’에 나선 환경부를 소관 부처로 두고 있는 만큼 상임위도 솔선수범해서 종이컵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다. 환경부는 지난 8월부터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종이컵 대신 일상적으로 쓰는 유리컵이나 머그잔을 국회 회의실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국회법이 이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국회법 148조는 ‘의원이 국회 본회의 또는 상임위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을 반입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문에 유리컵과 머그잔을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으로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국회사무처는 자체 유권해석에 따라 반입 금지 품목으로 정했다. 때때로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국회 회의실에선 유리컵도 치명적인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96년 9월에 한 야당 의원이 국회 환노위원장실에서 유리컵을 다른 의원 머리에 내리찍는 난투전이 벌어진 적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노란색 실리콘 컵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실리콘 컵 도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씻기가 불편한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