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소품 쇼’하는 정치인들은 오래 못가는데….”

국감 첫날인 지난 10일 ‘벵갈 고양이’ ‘맷돌’ ‘액체 괴물’ 등 다양한 소품이 등장했다. 첫날 국감을 지켜본 3선 의원 출신 전직 국회의원은 “여의도에는 소품으로 튀는 정치인은 다음 총선에서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는데 후배 국회의원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첫날 국감에서 단연 화제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무위 국감에 출연시킨 ‘벵갈 고양이’였다. 지난 9월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정부가 조기 사살한 목적이 같은 날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 뉴스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게 김 의원의 질문 취지였다. 하지만 본질과 관계없는 고양이를 국감장에 들고나오면서 ‘동물학대’ 역풍이 거세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장에 손잡이가 없는 맷돌을 들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의 ‘가짜 뉴스’ 차단 시도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맷돌 손잡이인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을 들고 나왔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누리꾼 사이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소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국감에서도 이색 동물 등 튀는 소품이나 연출로 국감 중 화제가 된 의원들이 적지 않다. 2014년 국감에서 당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외래종 퇴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괴물쥐’로 알려진 뉴트리아를 등장시켰다. 2010년에는 차명진 새누리당 의원이 1000만원 상당의 구렁이를 유리 상자에 담아와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10년 대형 화재 문제점을 거론하며 국감장에서 ‘불쇼’를 불사한 임동규 새누리당 의원, 2015년 국감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권총 시연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던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화제가 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은 다음 총선에서 대부분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언론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의원이 직접 소품 욕심을 낸 경우인데 결과적으로 정책질의 준비 부족을 드러내는 셈이라 역효과를 내는 때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