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문제로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워온 미국과 중국의 두 정상이 회담을 가졌으나 핵심 경제 현안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반면 핵 개발을 추진 중인 이란 제재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회담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막한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1시간 3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위안화 가치 절상 문제를 중심으로 한 무역갈등 해소와 이란 제재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중국이 보다 시장 지향적인 환율정책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촉구하고 무역장벽 문제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후 주석은 양국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의,무역 마찰을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후 주석은 또 "위안화 절상은 양국 무역 불균형과 미국 취업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위안화 환율 결정 시스템을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필요와 시장 상황에 맞게 개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에 쉽사리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두 정상의 발언은 위안화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간극이 완전히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만큼 일시에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상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스스로 점진적으로 절상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