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직원이 7년간 562억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횡령·유용한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우리은행 직원이 10년 동안 700억원대를 횡령했다가 적발된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의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고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또 어이없는 사고가 터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사건의 전모를 보면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남은행은 한 부장급 간부 A씨가 2016년 8월부터 횡령했지만 이를 까맣게 몰랐다. A씨가 다른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검찰이 지난 4월 A씨의 금융거래 정보조회를 요청하자 그제야 감사에 나서 77억9000만원의 PF 대출 상환금을 횡령한 정황을 인지하고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불과 10여 일 만에 484억원의 횡령을 추가로 적발했다. A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여 동안 PF 업무를 담당해왔다. 경남은행은 순환 근무를 시키지도 않은 데다 다른 건으로 A씨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면 횡령을 적발하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은행이라고 하지만 수십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유수 금융회사가 이토록 허술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런 은행을 어떻게 믿고 돈을 맡기나. 재발 방지를 위해 반드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영진에 대한 엄중 문책이 불가피하다. 경남은행뿐만이 아니다. 올해 발생한 금융사들의 횡령액은 역대 두 번째 규모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내부 통제의 총체적 부실도 문제지만 금융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터진 이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라고 했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내부 통제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지만 공허한 말뿐이었다. 새마을금고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가뜩이나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은행권과 감독당국은 대오각성해 적어도 허술한 내부 통제가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