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은 과감하고 선제적인 사업 재편과 전사적 체질 개선을 통해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경영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품과 서비스, 산업 간 융복합이 전면적으로 진행되는 시대에 전통 제조기업이 어떻게 생존하고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될 만하다.

LG전자는 1분기 매출 20조4159억원, 영업이익 1조4974억원의 실적을 공시했다. 글로벌 소비 침체와 재고 증가 우려 와중에 거둔 ‘깜짝 실적’이다. 특히 H&A(가전)사업본부는 매출(8조217억원)과 영업이익(1조188억원)에서 역대 1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단일 사업본부로는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미래 성장동력인 VS(자동차 전자장비)사업본부도 매출(2조3865억원)과 영업이익(540억원)에서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가전의 LG전자’가 자동차라는 이(異)업종으로 융합하며 내달리는 모험과 도약이 예사롭지 않다.

시장이 LG전자의 미래를 더 밝게 보는 이유는 1분기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2021년 7월 MC(모바일)사업본부를 폐지한 뒤 대대적으로 추진한 혁신이 전 사업 영역에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데 더 주목한다. ‘디지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은 3300여 명의 옛 MC사업본부 인력이 이끌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가전 TV 전장 등의 사업본부에 대거 배치돼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제품 라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테슬라가 수시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수년 전 구매한 차를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서 TV 전장 로봇 사이니지 등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솔루션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LG전자의 혁신은 “더 이상 제품만 잘 만들어선 통하지 않는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초연결과 융복합 시대, 글로벌 가전 명가(名家)에서 디지털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 중인 LG전자가 보여줄 성과가 기대된다. LG뿐 아니라 혁신 기업들의 도전과 성취를 크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