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KBS 수신료 논란
지난해 10월 개국 100주년을 맞은 영국 BBC의 별명은 ‘비브 이모(Auntie Beeb)’다.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는 ‘이모’ 또는 ‘아주머니’라는 뜻의 애칭이다. “Auntie knows best(이모가 가장 잘 안다)”는 말에 영국인들의 신뢰가 집약돼 있다. 비결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정성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BBC의 선전용 독일어 방송이 연합군의 패배 소식조차 정확하게 보도해 독일군도 신뢰했다고 할 정도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BBC는 오랫동안 영국을 정의하는 문화적 힘이었고, 우리가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통로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런 BBC도 미디어 빅뱅의 파도에 휘청거리고 있다. 유튜브와 OTT에 젊은 시청자를 빼앗겨서다. 방만 경영과 너무 많은 직원 수가 BBC의 발목을 잡았다. 한 여론조사에서 영국민의 95%가 시청료 의무 납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는 BBC 수입의 74%를 차지하는 수신료(시청료)를 내년까지 동결하고, 2028년부터는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BBC만이 아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오는 10월부터 지상파와 위성방송 모두 수신료를 10%씩 인하하기로 했고, 프랑스 하원은 지난해 수신료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전기요금과 함께 매달 2500원씩 내야 하는 KBS 수신료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실이 사실상 강제 징수인 현재의 방식 대신 분리 징수하는 방안을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려 공개토론에 부치면서다. TV 수신료는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통합 징수하고 있는데, 소비자 선택권과 수신료 거부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간 3만원인 수신료는 159파운드(약 25만원)인 영국, 138유로(약 18만5000원)인 프랑스 등에 비해 많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분리 징수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공정성 논란과 방만 경영 탓이 크다. TV 채널이 다양해졌고, 유튜브와 OTT 등 시청자 선택권이 넓어졌는데도 KBS는 변한 게 별로 없다. 정치적 편향성도 여전하다. “수신료를 흔들어 방송을 길들이려고 한다”고 반발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공정성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겠나.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