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주말 개최한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정치 보복에 국가 역량을 낭비하는 바람에 민주주의가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겨냥한 것이다. 장외집회가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은 힘이 약한 소수 야당의 투쟁 수단을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 때문만은 아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모두 대표직을 맡기 이전의 일이다. 민주당은 대표의 사적인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려고 당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를 지킬 파란 물결에 동참해 달라”며 집회 참가 독려까지 했다. 집회에선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라”고 했지만, 민주당의 이런 행태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타락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패장의 삼족을 멸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위로로 삼겠다”고 했다. 대선에서 패배해 억울하게 수사받는다는 것이다. 여러 의혹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이 이 대표를 향하고 있어 검찰로선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검사독재, 정치보복을 주장하면서 자신을 희생양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대표 경선전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통령실은 안철수 의원의 ‘안-윤 연대’ 발언을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선에 개입하는 듯한 표현으로, 안 의원이 원인을 제공했다. 윤 대통령도 “실체도 없는 ‘윤핵관’으로 정치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 운영의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판에선 간신배, 배신자, 원수 등 험한 발언들이 횡행하고 있다. 선거 속성상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과도하면 독이 된다. 대표 경선전이 불붙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당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포부는 안 보인다. 갈등이 지나치면 물밑에서 조정하면 될 일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로 유권자의 이목을 끌고 지지율 상승)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렇게 찢어져서야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을 무슨 수로 뒷받침하고 어떻게 거야를 상대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