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직원 수천 명에게 해고통지를 하는가 하면 채용을 중단하기로 한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공급망 붕괴 등이 겹치며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자 앞다퉈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 빅테크의 구조조정은 발주 축소, 경쟁 격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리테일(소매) 부문 채용을 동결한 데 이어 지난 3일 직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모든 부문에서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의 고용 중단은 내년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옛 페이스북)도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트위터는 직원 수천 명에게 해고를 통지했다.

미국 빅테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은 적자가 나거나 회사가 생사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 아니다. 웬만한 불황에도 끄떡없을 강철체력을 가졌지만, 선제적 조치를 통해 위기에 기민하게 대비하려는 것이다. 빅테크의 구조조정은 대대적인 사업 재편과 신사업 진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 기업들은 예의주시해야 한다. 3000여 명의 정리해고에 나선 포드는 전기차에 500억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거미줄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한국 기업들의 현실은 빅테크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현대제철 등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0~70% 급감했다. 5대 그룹마저 ‘돈맥경화’를 겪을 만큼 자금줄은 꽉 막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빅테크들이 과감하고 재빠른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한국 기업들은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강 노조가 버티고 친노동 법규까지 완비된 한국에선 해고, 감원 등은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은커녕 극심한 불황에도 투자와 추가 고용 압박을 받는다.

이런데도 왜곡된 노동시장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의 노동개혁은 처음부터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거대 야당에 막혀 법인세 인하, 수도권총량제 등 덩어리 규제 혁파를 위한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래선 지금부터 시작인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 제 살 도려내며 칼을 갈고 있는 빅테크들의 긴박한 움직임을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