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과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중앙은행은 최근 열흘 새 동시에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세 번째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 경우 기준금리 ‘연 4%대, 대출금리 연 9%대’ 시대를 코앞에 두게 된다. 1년여 만에 금리가 세 배 이상 오르는 셈이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증가율이 주요국 중 가장 빠르고, 특히 가계·기업의 경우 부채의 약 70%가 변동금리 구조로 돼 있는 ‘부채 위기국’이다. 이번 위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금융·부동산시장이 무너지면서 내년 경제성장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어제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부동산 관련 대환대출 활성화 등의 방안을 내놨다. ‘50조원+α’의 채권시장 안정대책과 96조원 규모의 유동성대책에 이은 세 번째 위기 대책이다. 그러나 이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현재 연 4%에서 내년 말까지 연 5%(또는 5.25%)로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심화하는 부채위기를 막을 각 방면의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 전·현직 한국경제학회장들이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외환위기 피하려다 금융위기 맞을 상황” “한국적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 쓸 때”라고 지적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과 같은 속도로 금리를 올리다가는 기업도 가계도 버텨내기 힘들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동시에 시장 경색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난과 일자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도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수출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 지원도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