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 2조원 이상 39개 공공기관 부채가 632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전년보다 82조2000억원 증가한 액수다. 이 중 한국전력 홀로 3분의 1 이상인 30조9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 비율은 2019년 기준 2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공공 부채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어 정부 부채와 다를 바 없지만, 관리와 통제의 사각지대에서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는 추세다.

그 부작용은 다방면으로 확산하고 있다. 공기업이 부채의 50% 이상을 공사채 발행으로 일으키면서 돈줄이 마른 채권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부실 경영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공기업조차 정부가 유사시 빚을 책임지는 ‘암묵적 지급보증’ 덕택에 국채와 같은 초저금리로 채권을 무한정 발행해댄다. 대기업 회사채조차 시장에서 내몰리는 것은 그 후유증이다. 빚과 맞바꾼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요금은 수입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도 전력 소비를 늘려 무역적자와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눈덩이 부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임직원 연봉을 올리거나 성과급 잔치를 벌여온 공기업 관행은 두말할 필요 없다.

정부는 350개 공공기관별로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5개 분야 혁신안을 제출받아 내달 말 ‘공공기관 혁신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미봉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나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 추진 결과로 입증된 바다. 심지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공기업의 방만을 부채질하고 부채를 눈덩이처럼 키운 게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상이다.

근본 처방은 민영화를 포함한 전면적 개혁이다. 민간이나 지자체와 업무가 중복되거나 경쟁력이 없는 곳은 문을 닫고, 과감한 민간 위탁이나 민영화로 비효율을 없애는 동시에 공공 서비스의 질을 올려야 한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는 소유·경영 분리와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손에 쥔 공기업은 놓지 않으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