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며 한국을 위협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발다이 클럽’에서의 발언인데, 40여 개국 정치인과 전문가 앞에서 한국을 콕 집어 경고한 것은 심히 무례하고 부적절한 언행이다.

한국은 그간 방탄 헬멧, 모포 등의 군수물자, 의료물자, 인도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출근길 회견에서 “살상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으며, 인도적·평화적 지원에 국제사회와 연대 중”이라고 반박한 대로다. 국제기구들이 집계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28개국 명단에도 한국은 없다.

설사 무기 지원이 있더라도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다. 어느 나라든 국방이나 무기 관련 결정은 핵심적인 주권 사항이다. 제3국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한 뒤 파탄 운운하는 것은 가당찮다. 수시로 핵 사용 으름장을 놓으면서 민간인 살상과 잔혹한 파괴 행위로 지탄받은 나라가 타국의 주권적 결정에 왈가왈부하는 일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발다이 클럽’에서의 푸틴 발언들은 그가 얼마나 대결적 진영논리에 함몰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핵 협상 실패에 대해 그는 미국이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실패했다며 북한 편을 들었다. 북한이 핵시설을 은폐하고 국제사회를 속이려는 기만적 행보를 보였다는 점을 애써 외면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할머니’라 칭하며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노골적으로 중국 편을 들었다.

푸틴은 다른 나라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러시아를 성토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경청해야 한다. 교황까지 나서서 ‘폭력과 죽음의 악순환을 멈추라’고 직격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