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7%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권가 컨센서스(11조8600억여원)를 크게 밑돈 ‘어닝 쇼크’ 수준이다. 매출은 76조원으로 작년 3분기에 비해 2.7% 늘었지만, 올 2분기보다는 1.5% 줄었다. 디스플레이 부문이 호조를 보이고 스마트폰·가전은 선방했지만, 반도체가 부진한 탓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위축과 재고 급증으로 D램값이 급락한 게 직격탄이 됐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위기 신호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버팀목 반도체의 불황은 무역·경상수지 적자도 키우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 8, 9월 두 달 연속 줄면서 무역수지는 6개월째 적자가 이어져 올해 누적적자가 300억달러에 육박했다. 8월 경상수지는 넉 달 만에 30억5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시장의 먹구름은 쉽사리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매출 전망을 기존보다 30% 이상 낮춰 잡을 정도로 메모리 한파는 매섭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낸드플래시 평균 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겨울이 내년에도 혹독할 것이라는 경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자국의 기술·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키로 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별도 심사를 거쳐 허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어려워지면 미국도 손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는 외교 전략이 필요한 때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 1280억달러 중 중국이 차지하는 금액은 502억달러로 40%에 육박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내년 5세대 10나노급 D램 양산, 2027년 1.4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발, 2030년 1000단 V낸드 개발 등을 선언한 것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위기일수록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기술 초격차로 승부하려는 공격 본능이 깨어났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기업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내년 설비투자를 30% 줄이기로 했지만, 삼성전자는 감산도 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미·중 무역 갈등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은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홀로 헤쳐 나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미국이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반도체산업육성법’을 통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투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처럼 우리도 획기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담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하루속히 K-칩스법(반도체특별법)과 법인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후진적 노동 규제를 철폐해 기업의 투자·고용·혁신의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