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오전 10시까지 출두하라는 검찰의 출석요구에 끝내 불응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자 거대 정당 대표가 법이 정한 절차를 부정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마치 거물 정치인에게는 수사 방식을 임의로 정할 특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이 와중에 민주당이 펼친 주장은 졸렬하고 황당하다. 대변인은 “출석하지 않는 대신 서면답변서를 작성해서 보내고, 서울중앙지검에 유선통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초 출석요구 사유가 서면진술 불응이었던 만큼 출석요구 사유가 소멸됐다”고 강조했다. 참으로 편리한 내 맘대로 법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체납으로 가산세가 붙자 뒤늦게 세금을 내고선 ‘가산세 부과는 무효’라고 억지를 부리는 식이다. 이런 자의적 법 적용이 허용된다면 보통 사람들에게도 검찰의 출석요구를 거부할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정치보복’이라는 야당 주장 역시 일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이 대표는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던 자신의 발언을 벌써 까먹은 것인가. 그가 받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여야 예외 없이 검찰 수사로 진위가 가려졌다. 여권 대선주자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광훈 목사 집회에 한 번 나가 연설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지난해 검찰에 불려가 14시간이나 조사받았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행태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민주사회의 핵심 원리에 대한 도전이다. 이 대표는 ‘불법적 수사 불응 때는 체포와 강제수사로 법 앞에 평등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거부한 데 대해 보인 거친 반응이었다. ‘기소를 정해놓은 요식적인 수사’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한 뒤 최소한의 수사절차마저 거부하는 행태야말로 강제수사감이다.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지만 돌아가는 판세는 미덥지 못하다. 검찰은 야당의 큰 목소리에 주눅이 들었는지 말을 아끼고 있다. 어제 경기도 관계자를 압수수색했다지만 공소시효 완성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의 뒤늦은 액션이라는 의구심도 든다. 치외법권을 인정하고 내 맘대로 법 해석을 용인한다면 검찰도 신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