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국민·공무원·사학·군인 등 4대 공적연금에 9조9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한다는 한경 보도다. 올해보다 11.6% 늘어난 규모로, 대부분이 공무원연금(5조6000억원)과 군인연금(3조1000억원) 적자 보전용이다. 공적연금 재정투입액이 내후년이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연금 재정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시점에서 숙고해야 할 부분이 연금개혁 전략이다. 새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 개혁은 5차 재정추계작업이 끝나는 내년 이후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공무원·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은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며 의지도 밝히고 나름의 일정도 내놨지만, 직역연금 개혁은 국회에 맡긴다는 것 외에는 대강의 밑그림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이 훨씬 더 시급한 게 직역연금이라는 것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기금 고갈로 군인연금(1973년)과 공무원연금(2002년)에 재정이 투입된 게 벌써 수십 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개혁다운 개혁을 해본 적이 없다. 2015년 공무원연금 보험료율과 지급률 등을 손봤지만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을 들었을 정도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연금개혁은 손 놓은 채 공무원 수만 13만 명 늘려놨다. 그렇게 지난 5년간 늘어난 연금충당부채(정부가 향후 공무원·군인연금 등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 규모가 40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연금충당부채는 1138조원으로 처음으로 국가채무(965조원)를 넘어서며 연금발(發) 국가 재앙을 한층 현실화했다.

국민연금도 시간이 많은 게 아니다. 1988년 제도 도입 후 두 차례 ‘더 내고 덜 받는’ 모수 개혁을 단행했지만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지난해 합계출산율 0.81명)과 고령화 속도로 기금 고갈 시기가 30여 년 후로 바짝 당겨졌다. 추가 모수 개혁뿐 아니라 기초연금과의 재구조화, 직역연금과의 통합 문제 등도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특히 기금 운용수익률을 1%만 높여도 고갈 시기를 4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올 상반기 중 수익률 저조로 기금운용자산이 77조원(-8%) 줄었다니, 기금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