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원유도 막아야 한다
전쟁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다. 베네수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우크라이나 유혈 사태를 이용하려는 석유 회사들과 금융업자들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과 미국 국가 안보를 희생하면서 왜 석유산업과 은행가들을 돕겠다고 서두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5일 백악관과 국무부 대표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협상하기 위해 카라카스를 방문했다. 회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위해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가 있기 전에 이뤄졌다. 베네수엘라에서 석유사업을 벌였던 셰브런 같은 회사들은 백악관에 제재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美, 베네수엘라 원유 '눈독'

미국 기업들과 월스트리트가 러시아 중국 쿠바 이란 등의 지원을 받는 ‘조직폭력배’와 거래한다는 것은 당황스럽다.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인 PDVSA는 환경 파괴범이다. 베네수엘라 서북쪽에 있는 마라카이보 호수를 찍은 위성사진은 이 회사가 일으킨 환경 파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권과 관련해 베네수엘라 정부의 수감, 고문, 살인에 대한 기록은 소름 끼칠 정도다. 약 500만 명의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나라를 떠났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들의 아이들은 수돗물이나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 러시아 정부의 고립은 베네수엘라 독재자를 깊은 수렁에 빠뜨릴 수 있는 기회다. 마약 밀매, 불법 귀금속 거래, PDVSA 약탈 등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세탁하기 위해 러시아 은행에 의존했던 베네수엘라는 곤란해질 것이다. 지금이 마두로의 삶을 어렵게 만들기에 좋은 시기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단은 그에게 합법성을 부여하려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쿠바와 이란을 포함한 불량 국가들과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해제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미국 휘발유 가격을 떨어뜨릴 것 같지 않다.

부패한 마두로정권 제재해야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하루에 55만8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이달 초 기준으로 하루 평균 생산량은 64만3000배럴 수준이다. 이 중 5만 배럴 정도가 쿠바에 간다. 약 20만 배럴은 베네수엘라에서 사용되고 나머지는 아시아로 간다.

원유 증산은 기존의 비활성 유전과 일부 개발 등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루이스 파체코 전 PDVSA 임원은 하루 12만~20만 배럴 정도 추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마도 외국 합작법인의 사업 재개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과거 유전지대의 생산과 운송 인프라가 이미 많이 무너졌다.

새로운 투자를 위해서는 신뢰를 다시 쌓으면서 법적인 틀을 갖춰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는 정권 교체 없이는 매우 가능성이 낮다. 미국의 제재 해제는 아마도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할인된 가격의 러시아산 원유를 끌어오면서 미국에 더 많은 원유를 공급할 수도 있다.

이런 베네수엘라 원유로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한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Biden Eyes Venezuelan Oil’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