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위기를 맞았다. 새해 들어 공개된 중앙 언론사 10여 곳의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비상등이 켜진 정도가 아니라 이러다간 자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모든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뒤졌다. 절반가량은 격차가 10%포인트 전후까지 벌어졌다. 한 달 전과는 정반대다.

국민의힘의 위기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심각성을 더한다. 마치 선거에서 패배할 요인들만 잔뜩 모아 놓은 것 같다. 윤 후보가 지난해 11월 5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두 달간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은 한심하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정권을 되찾겠다는 결기와 절박성은 눈 씻고도 안 보였다. 대표라는 사람이 ‘당무 보이콧’을 하고 외곽에서 자기 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유례 없는 일도 벌였다. 윤 후보는 조정 능력을 보이긴커녕 잇단 실언 논란으로 지지율을 갉아먹는 데 일조했다.

윤 후보는 “포퓰리스트와 싸우겠다”고 해놓고,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손실보상 100조원 카드를 던졌다. 노동개혁을 외치고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주장하니 대체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종잡을 수 없다. 오죽하면 이 후보가 지지율 역전에 대해 “저희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못해서”라고 했겠는가. 그런데도 캠프에선 대선에서 다 이긴 듯 김칫국부터 들이켜는 오만으로 일관하니 유권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 후보는 새해 첫날 “달라지겠다”며 큰절을 했다. 어제는 오후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선대위 전면 해체 카드도 꺼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선대위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도 그만뒀고 원내대표 등 모든 의원이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준석 대표 사퇴 요구도 거세다.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 정도론 안 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유권자는 윤 후보가 대전환기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워한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포퓰리즘 편승에서 벗어나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비전과 국민의 삶을 개선할 성장잠재력 확충 등에 대해 구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권 교체’ 구호를 넘어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만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