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대두된 2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장을 보면 국회가 나라살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과 재정관(觀)을 가지고 있기나 한지 극히 의심스럽다. ‘30조원’이라는 편성 규모까지 여당 관계자 말로 크게 활자화된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10번째 추경은 이미 걱정하고 말릴 단계가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야당도 돈풀기에 관한 한 오십보백보이고, 정부도 건전재정 지킴이 역할은 일찌감치 포기한 지경이다. 추경 편성이 견제도 숙고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공산이 매우 크다.

이번 추경 논의는 여당 대표가 신년인사회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향해 “추경을 해서라도 선지급·선보상을 위해 뛰겠다”면서 시작됐다. 하루 만에 ‘최소 25조, 최대 30조원’의 규모까지 나왔다. 국회의 재정중독을 저지해야 할 정부의 김부겸 총리까지 은근히 이에 가세했다. 김 총리는 “빚을 내서라도…” 운운하며 ‘적자국채 추경’의 길을 터주는 듯한 언급까지 하고 나섰다.

코로나 피해가 큰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320만 소상공인에게 4조3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보름 전 정부 발표도 그렇게 나왔다. 그전에도 몇 차례 지원이 있었지만, 필요할 경우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추가 지원을 모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풀기 일변도가 최선은 아니다. 대출금·이자 조정 등과 더불어 세제지원 방식도 있다. 신사업 진출의 걸림돌 제거나 고용 등 여러 분야의 규제혁파도 강구해야 한다.

부득불 현금을 지원하더라도 업종·규모·지역별로 천차만별인 피해 규모부터 정밀하게 산정할 필요가 있다. 방식도 가급적 일회성 현금 지급은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선지급하겠다니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살림 운영방식이다. 돈이 필요하다는 데마다 재정을 동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쓸 때도 정확한 통계에 기반해 효과검증을 병행해야 한다. 국민 이성을 마취시키는 일상화된 추경을 묵인하는 야당의 직무유기도 심각하다. 치밀한 항목 계산서도 없이 ‘손실보상 50조원 추경’을 먼저 꺼낸 것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였다. 그걸 이재명 후보가 크게 받아들여 어제는 여당 의원 80여 명이 100조원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대정부 결의안 발표로 이어졌다. 도박판의 ‘묻고 더블로’가 따로 없다. 여야 후보 간에 벌어지는 임차료 지원 공약 경쟁도 결국은 예산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급증하는 나랏빚은 어떻게 갚을지 개요라도 내놓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