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청와대가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수사 중인 사안에 입장을 내면 선거개입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선을 그어왔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입장 표명 자체를 진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방점은 “지켜보고 있다”에 찍혀 있다. “수사결과가 나오면 제도 개선 등 대책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에서도 그런 뉘앙스가 분명하다. 국무총리가 어제 라디오에 출연해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저희가 더 보태거나 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대장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가 부당이득을 챙겼는지 철저한 진실 규명을 원하는 국민적 열망에 한참 못 미친다.

청와대는 정치가 아니라 부동산 문제이기도 해서 입장을 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모호하고 하나마나 한 말로 여론을 무마하기보다 명명백백하게 사건을 수사하라고 주문해야 마땅하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해왔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해도 투기집단의 농간에 공공개발 사업이 춤을 춘 흔적이 역력하다.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은 이 정부의 슬로건인 ‘공정과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핵심 연루자가 제출한 많은 녹취록이 증거로 나왔고, 국회에서는 ‘50억 클럽’ 명단까지 제기됐다. 이런 악취가 풀풀 나는 사건을 덮어두고 공정과 정의를 말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다. 경찰청장은 어제 국회에서 “사건초기 판단이 잘못됐다”고 자인했다. 검찰도 유력 용의자의 휴대폰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마지못해 수사하는 티가 역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적처럼, 기억이 가물가물한 행정처리의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며 압수수색하는 마당에 부패에 연루된 성남시청만 예외를 둬야 할 이유는 없다.

선례로 보면 ‘엄중히’라는 청와대 수사(修辭)는 대개 국면 모면용이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자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해놓고, 부동산·기업규제 강화로 폭주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도 분위기 무마용 멘트로 넘어가려 한다면 ‘선택적 침묵’에 대한 분노의 쓰나미가 덮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