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풍력·태양광 발전설비 시장이 중국 유럽 등 외국산 제품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가격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이런 결과를 낳는 것이다. 신재생 정책이 국내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외국 기업들에 ‘잔칫상’만 차려주는 꼴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윤영석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경우 국산 비중이 2019년 78.4%에서 작년 64.2%로 1년 새 14.2%포인트 낮아졌다.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중국이 저가를 무기로 한국 내 점유율을 35.7%로 높인 데 따른 것이다. 태양광 설비 수입액도 2017년 2억4970만달러에서 작년 3억6370만달러로 늘었다. 풍력 터빈설비 국내산 비중은 2016년 70.3%에서 작년 37.7%로 쪼그라들었다. 덴마크(43.9%), 중국(10.4%), 독일(7.9%) 등이 파고든 결과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생사기로에 서 있다. 태양광 업체는 2017년 118개에서 지난해 97개로 줄었고, 일자리도 8360개에서 1000개 가까이 사라졌다. 풍력 관련 기업과 고용도 같은 기간 20% 이상 줄어 업계에선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섣부른 탈원전·탄소중립 정책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4년간 태양광 발전설비는 그 이전 누적분보다 3배나 늘었다.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2050년까지 64배 확대해 전체 발전량의 62.3%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원자력 비중은 3분의 1로 줄어든다.

여기에다 정부는 어제 한전 산하 발전 자회사 등 대규모 발전회사가 값비싼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구매해야 하는 의무화 비율을 올해 9%에서 2026년부터는 25%로 대폭 올리는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한전은 비싼 전력구매 비용을 반영해 더 오른 전기요금 청구서를 들이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유럽 기업의 태양광·풍력 설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결국 국민이 내는 전기료로 이들의 배만 불려줄 판이다.

탈원전 여파로 원전생태계가 무너진 마당에 맹목적 탄소중립 정책이 신재생 설비 업계마저 고사 직전으로 몰고 있는데도 정부는 손놓고 있다. 영국 일본 캐나다처럼 국산품 의무비율을 정해 자국산업을 보호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등 대책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 해법은 자해적인 탈원전 오기 정책을 멈추고 졸속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새로 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