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이른바 ‘세금 일자리’의 비효율과 국고(國庫) 탕진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 일자리의 80%가량이 골목청소 등 노인일자리이고 청년도 강의실 불끄기 같은 ‘단순 알바’에 동원되는데, 작년 한 해 예산만 30조1000억원(101만 개 일자리) 들어갔다. 그걸 내년엔 31조3000억원(105만 개)으로 더 늘린다고 한다.

세금 일자리에 집착하는 정부가 그렇다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아니다. 작년 정부의 직접 일자리사업 145개 중 ‘개선 필요’ 지적을 받은 게 36개인데, 이 중 24개(66.7%)는 예산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났다. 어차피 ‘퍼주기’ 목적이니 부차적인 문제엔 눈 감는다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공공 일자리는 이미 고갈상태인 고용보험 재정에도 심각한 누수요인이다. 공공 일자리를 6개월만 유지하다 그만둬도 이후 4개월간 구직(실업)급여를 매달 180만원 이상 받을 수 있게끔 참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게 문제다. 이런 혜택을 본 사람이 작년에만 3만1000명으로, 문재인 정부 4년간 55% 늘었다. 누적 지급액만 5729억원에 달한다. 이는 고용보험 가입자 호주머니를 턴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고용보험료율을 3년 만에 인상(1.6%→1.8%)한 데도 일조했다.

돌이켜보면 고용통계를 보기 좋게 분칠하는 효과 때문에 정부가 매력을 느꼈을 것이란 의구심도 짙다. 지난 8월 국내 취업자 수가 총 51만8000명 증가한 가운데 보건·사회복지·공공행정 등 세금 일자리 분야에서만 29만 명 늘어났다. 그런데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업자 수가 코로나 발생 이전 고점의 99.6%”라고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지난 8월 기록한 ‘역대 최저 실업률’(2.6%)도 이런 분칠 덕일 것이다.

안정적인 민간 일자리를 얻도록 돕는다는 당초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몇 개월 일용직으로 일해봐야 민간 일자리로 재취업하기 하늘의 별 따기다. 세금 일자리의 고용안정성은 오히려 더 낮고, 경력단절 위험마저 크다.

지난 4년간의 세금 일자리 사업은 이런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런데도 탁상공론식 정책을 계속 확대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용안정성이 높은 민간의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도록 기업 규제완화 등에 더 신경써야 하는데, 정부는 딴 데 정신팔려 있는 듯하다. ‘정책이 아니라 정치’가 돼버린 일자리 정책은 국민도, 경제도 모두 망가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