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10건 중 4건(39.4%)이 반(半)전세를 포함한 월세로 나타났다. 안정적 전세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뉴스다. 초저금리 시대에 한국에서도 월세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개정 임대차법 시행(작년 8월) 직전 1년간 평균 28.1%이던 이 비중이 어느새 40%에 육박했다. 거의 사상 최고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세가 줄고 월세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원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반적인 임대매물 감소가 ‘전세의 월세화’ 경향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작년 7월 약 4만 건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임대매물은 이달 초 2만2000여 건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시행과 다주택자 규제 강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등으로 전세 놓던 집을 그냥 처분해버리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임대매물이 급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시가격 급등, 임대차신고제(올 6월 시행)로 인한 임대소득 노출로 세부담이 늘면서 집주인들이 더욱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문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차 시장에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한 것이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을 훼손시키고 월세화를 가속시킨 것이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셋값(중위가격)은 6억2648만원까지 높아졌고, 빌라 지하층 전세도 1억435만원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무주택 서민들은 변두리 아파트는커녕 빌라(다세대·연립주택)로, 더 심하게는 ‘지하 월셋방’ 신세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 집 없는 서민의 전세금 부담을 줄여준다던 임대차법이 오히려 주거약자들을 더욱 곤궁하게 만든 것이다.

설상가상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포럼에선 주택 공급이 본격 이뤄질 2~3년 뒤까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다급해진 수요자들이 몰려 인기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고, 경매시장에선 최고 낙찰가율이 쏟아진다. 전셋값 동반 상승이 불가피하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5% 인상 한도’로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들도 내년 이맘 때부턴 신규 계약에 따른 전세금 급등을 감수해야 한다. 한 번 정책이 빗나가기 시작하면 얼마나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지 부동산 정책 실패상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