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력난' 의료 현장
‘사람은 많은데 사람 구하기 힘들다.’ 회사에서 인력이 부족하고 바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요즘 병원의 상황에도 와닿는 말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세의료원은 산하 병원과 교육, 연구기관이 많다. 65개 직종에 직원 수가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이처럼 규모가 큰 연세의료원도 최근 수년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전문 분야의 숙련된 의료인력을 모시기 힘들어서다. 의료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운영되는 고도의 인적자원 집약체다. 게다가 상당수 업무가 협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분야보다 인력이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 3.6명에 못 미친다. 간호사 수도 1000명당 4.2명으로 OECD 평균 7.9명보다 적다. 우리나라는 매년 의사 3000여 명, 간호사 2만여 명을 대학에서 배출한다.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사의 경우 그 수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기과와 비인기과 사이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고난도·고위험 임상과는 지원이 많지 않고, 생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수도권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전공의 수련 환경과 병원 내 역할 변화로 생기는 인력 공백도 무시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드러난 간호사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의료 현장을 떠난 간호사들이 전체의 절반 정도라는 통계도 있다. 상당수가 과다한 업무와 적절한 처우 문제 등이 원인이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인력의 균형적 수급과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해 왔고, 많은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적절한 동기부여나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논리나 정치적 논쟁보다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선택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나 동기부여의 고민 없이는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풀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필요하다. 한 사람의 명의보다 여러 분야와 직종의 팀워크가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개개인의 역량을 육성·발전시키는 것이 의료의 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국민 건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