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값 등록금’ 지원 대상을 올해 62만2000명에서 내년 100만여 명으로, 국가장학금 규모도 4조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각각 늘리겠다는 내용의 청년특별대책을 엊그제 발표했다. 전체 대학생이 215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가 등록금 지원 혜택을 받는 셈이다. 대학등록금 마련에 애를 먹는 저소득층이 아직도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국가가 장학금 형태로 이를 보전하고 재정여력 범위 내에서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반값 등록금 지원 확대가 과연 이런 기본에 충실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장학금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계층이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많은 7, 8구간이라는 점부터 그렇다. 7구간(소득·자산 환산액 월 731만원 이하)은 12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8구간(환산액 월 975만원 이하)은 67만5000원에서 350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반면 소득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1~6구간의 경우 국가 장학금이 종전과 같거나 20여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이를 ‘중산층까지 반값 등록금 확대’로 포장했지만 소득 및 자산 평가액이 연간 1억원이 넘는 계층에까지 세금을 동원해 장학금을 더 주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정부·여당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겨냥해 비교적 여유 있는 계층에까지 현금 살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값 등록금 확대가 더욱 달갑지 않은 것은 대학이 직면한 시급한 과제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미달로 대학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 문제는 더 미루기 어려운 지경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13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며 대학 재정악화를 부추겨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학 혁신을 강조하던 정부가 갑자기 ‘정치 바람’을 타고 반값 등록금 확대를 밀어붙이니 대학들로서는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반값 등록금은 대학의 정부 예속을 가속화하고 대학 구조조정에 걸림돌만 될 공산이 크다. 몸집을 줄여야 할 대학에 재정을 퍼부어 더 많은 학생을 배출하자는 것부터 모순이다. 허울 좋은 명분만 앞세워 반값 등록금 선전에 몰두할 게 아니라, 교육소외계층 지원에 더욱 집중하는 게 정부가 할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