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과 장바구니 물가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 가격은 그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76.33달러로, 3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치솟는 건 원유만이 아니다. 올 들어 유연탄과 철광석 가격은 2배가량 치솟았고, 구리 니켈 상승률도 50% 안팎이다.

유가 상승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가격이 안정되려면 증산이 필수인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강(强) 대 강(强)으로 충돌하는 등 주요 산유국 간 갈등이 커서다.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2014년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대표 격인 유가의 급등은 국내외 인플레이션 공포를 확산시킬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 상승은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를 밀어올리고, 연쇄적으로 교통비·난방비 상승을 부른다. 기업들의 생산비용에 직접 영향을 미쳐 공산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유가 상승 와중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2%대(전년 대비)로 급등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저개발국일수록 높다는 엥겔지수가 지난 1분기 13.4%로 지난 20년 새 최고치까지 치솟은 데서 들썩거리는 밥상물가가 잘 감지된다.

경제를 조용히 질식시키게 될 물가상승 못지않게 걱정스러운 것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권층의 무감각이다. 과잉 유동성이 2%대 물가 급등의 핵심 원인인데도 당·정·청은 대책 마련은커녕 오히려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더 많은 돈을 푸는 일에 몰두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그제 국무회의에서 “재정이 국민의 삶을 지키는 버팀목”이라고 발언하는 등 돈풀기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그러자 여당은 재난지원금을 ‘하위 80%’에게 지급하기로 한 당정협의를 무시하고 전 국민 지급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가급등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을 앞당겨 글로벌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부르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세는 일시적”이라던 Fed의 설명이 설득력을 잃게 되면 긴축적 통화정책을 서둘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져 자산가격 급조정의 개연성도 커진다. 국내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사상 최고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단기성장률을 의식한 무모한 돈풀기는 인플레 습격을 현실로 만들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