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필수노동자법·플랫폼종사자법·가사근로자법 등 ‘근로자 3법’과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법을 처리할 것임을 예고했다. 작년 말 ‘기업규제 3법’을 완력으로 통과시키고 연초엔 중대재해법을 졸속 처리한 것도 모자라 기업 활동과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잔뜩 지울 규제입법 가속페달을 다시 밟겠다는 것이다. 거대여당의 ‘입법 폭주 시즌2’가 시작된 느낌이다.

코로나 경제위기로 취약계층 보호와 양극화 해소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리를 앞세워 기업 또는 고용주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늘리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근로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여기에 노사관계에 준하는 제도를 적용하려다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 또 가사근로자에게 주휴수당, 퇴직금까지 챙겨주려다 기껏 있던 일자리마저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소위 ‘약자 보호 정책’이 기업이나 고용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물론 약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기업 상대 소송을 남발시킬 집단소송법은 정부 안(案)에 소급적용 조항, 국민참여재판 도입까지 들어있어 문제다. 징벌적 손배제는 기업인에게 기존 형사 및 과징금 처벌에 더해 민사책임까지 지게 하고, 배상액도 최대 5배로 늘려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런 규제 법안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여당이 당내에 규제혁신추진단을 꾸리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자가당착이 따로 없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어제 “필요성을 증명할 수 없는 규제나 해외에 없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겠다”며 자신이 추진단장을 맡는다고 했다. 한 손으로는 규제 입법을 통과시켰다며 환한 표정으로 주먹인사를 나누더니, 이번엔 다른 한 손으로 규제혁신의 ‘선봉장’을 자처한다.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이런 말을 하니 ‘정책판 내로남불’이다.

여당은 앞뒤가 안 맞는 ‘규제혁신’ 운운할 게 아니라 규제 입법 폭주부터 당장 멈춰야 한다. 이미 국회를 통과했거나 추진 중인 법안들을 합하면 기업인 징역형이 62년이 새로 늘어난다는 하소연에 귀를 열고, 초슈퍼여당으로 힘이 있을 때 모조리 개혁입법을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한국에만 있는 규제를 없애려면 국회 문을 닫으면 된다’는 일각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일 때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