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까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정부가 기존의 ‘세금 폭탄·찔끔 공급’ 기조의 정책궤도를 수정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올 들어 처음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미 마련한 세제 강화 등 정책 패키지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예정대로 시행하고, ‘공공’ 위주의 공급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5·6 수도권 공급대책, 8·4 서울권역 공급대책을 통해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공에 집착한 공급대책이 시장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올 들어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신고가를 기록했고, 도봉구를 마지막으로 서울시내 25개 구(區) 전부가 전용면적 84∼90㎡ 기준 ‘10억 시대’에 진입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민간 재건축은 규제로 꽁꽁 묶어둔 채 양질의 주택공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공공 위주 공급만 고집하고 있으니, 집값이 잡힐 리 없다.

분양가상한제 등을 피할 수 있어 사업 추진이 용이한 공공재개발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공공재건축은 ‘공공정비 통합지원센터’ 컨설팅 결과 용적률 확대로 일반분양 물량이 2배 늘어날 때 집주인들이 공공에 기부해야 할 분양·임대물량은 4배 이상이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조합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단기간에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지목돼 온 양도세 완화가 완전히 배제된 것도 뼈아프다. “매매를 기피할 정도로 과도한 양도세율을 낮춰야 매물이 늘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이를 무시하고 “신규 주택공급에 주력하겠다”(홍 부총리)고만 하면, 입주 때까지 2년 이상 이어질 ‘공백기’엔 어쩌겠다는 건가.

새해 들어 정책 책임자들의 입을 통해 25번째 부동산 대책의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 지금까지의 대책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거면 대체 왜 추가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친(親)시장’으로의 정책 대전환이 없다면, 25번이 아니라 몇 번의 집값 대책을 더 내놓아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