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탈(脫)원전 정책 수립 과정 감사에 들어간 감사원을 파상공세 식으로 흔들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공세의 물꼬를 트자 여당 주요 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노골적으로 감사원 공격에 가세한 것이다.

‘586’ 운동권 핵심인물이자 정권 실세로 꼽혀온 임 전 실장은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거나 “전광훈, 윤석열과 같은 냄새가 난다”는 거친 표현까지 동원하며 칼을 겨눴다. 곧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곳곳에서 “명백한 정치 감사”(양이원영 의원)라거나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송갑석 의원), “월권적 발상”(최인호 수석대변인) 등 감사원을 겨냥한 공세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권의 이 같은 감사원 겁박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이자 업무 방해이며 결과적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선거관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장을 대통령이 임명할 뿐,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그런데 지금 여권이 이를 간과한 채, 감사원을 마치 행정부나 입법부의 ‘하수인’처럼 대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처사다.

더욱이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자체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정갑윤 전 국민의힘 의원이 시민 547명 동의를 받아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수사·재판 중이거나 주민투표 등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면 감사원법에 따라 감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정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감사원 영역 밖”(박주민 의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총 네 차례나 진행됐던 ‘4대강 감사’의 사례처럼 정책감사가 허다하게 이뤄져왔음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정당한 감사를 여권이 총출동해 정치 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 무엇인가 큰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만 키울 뿐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감사원을 압박하는 것은 정부·여당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감사원은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만 바라보고 헌법기구로서의 제 할 일을 수행해야 한다. 정책과정의 문제점을 밝혀내는 것은 감사원에 부여된 기본 책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