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앙’을 맞은 서울동부구치소 사태를 보면 정부당국은 그동안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 싶다. 전체 수용자 2419명 중 48.5%인 1173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도 3명으로 늘어나는 등 믿기 힘든 사태가 벌어진 것은 부실 방역이 낳은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중대한 재난”이라고 규정할 정도여서, 철저한 원인규명과 사후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은 전적으로 법무부와 구치소에 있다. 밀집도 높은 시설의 감염 위험이 크다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데도, 마스크조차 제때 주지 않았다. 법무부는 작년 1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3주 가까이 쉬쉬하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부랴부랴 전수검사를 하는 등 초동대처부터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감염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 미필적 고의나 다름없다.

치료를 받다 사망한 한 수용자의 경우 유족들에게 화장 직전에야 알리는 등 반인권·반인륜적 사례도 속속 드러났다. 비난여론이 들끓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에야 페이스북에 “송구하다”며 마지못해 사과했지만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야당과 시민단체뿐 아니라 법무부 노조까지 추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은 그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추 장관을 비롯해 이번 참사를 초래한 책임자들을 가려내 처벌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동부구치소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기업에 대해선 온갖 규제와 감시·처벌을 강화하면서 정부가 자초한 ‘중대재해’에 대해 한두 마디 사과로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