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 경제성장률을 3% 이상으로 전망하는 경기반등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실현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해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바람이 세게 불수록 연은 더 높이 난다”면서 “올해 V자 회복을 통해 경제성장률 3.2%, 일자리 15만 개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5.4% 감소했지만 주요국과 비교해 선방했다며 올해는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마디로 올해 경제를 ‘장밋빛’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이 현실성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잡은 것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소위 ‘기저효과(base effect)’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원년이었던 지난해 우리 경제는 1% 안팎의 역(逆)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수출 선방’도 2019년 수출(-10.3%)이 워낙 나빴던 데 따른 반등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경제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하다. 내수 회복 여부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백신의 투입 시기다. 정부는 5600만 명분의 백신 도입계약을 맺어 이르면 2분기(4~6월)부터 일반인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그렇더라도 바이러스 확산이 차단되는 집단면역은 늦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때까지는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불가피해 의미 있는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 감소가 경기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것도 걱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00여 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신규채용을 작년보다 ‘줄이겠다’는 응답이 28.3%로 ‘늘리겠다’(12.0%)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작년 4월과 9월에 코로나 충격으로 일자리가 각각 108만 개와 83만 개 사라진 데 이어 올해 신규 채용까지 준다면 소득감소와 소비위축을 피할 수 없다. 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갈등, 원화강세 추세는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를 낙관할 때가 아니다. 막연한 낙관은 국민에게 ‘희망고문’이 될 뿐이다. 차라리 엄혹한 현실을 솔직히 설명하고 고통분담을 통한 위기 극복을 호소해야 한다.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