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청와대 개편을 단행한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교체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김상조 정책실장을 유임시켰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역 등 현안이 많다는 이유로 “교체할 때가 아니다”며 재신임한 것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부동산 대책, 코로나 대처 과정에서 조정 역할을 제대로 못 해 책임론이 적지 않았다. 여당에서도 ‘교수 출신은 안된다’는 비판까지 제기된 터여서 유임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대개 사의 표명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물러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김 실장을 유임시킨 것은 ‘국정 운영기조를 그대로 끌고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새해에도 정부 경제팀은 김 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끌고가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모두 사의를 밝혔다가 재신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인사권자의 선택이니 재고를 요구할 일은 못 된다. 그러나 참담한 경제성적표를 보면 국민이 납득할까 의문이다. 24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되레 전국에 불을 지른 부동산 실정(失政), 갈수록 악화하는 일자리 절벽, 방역도 경제도 다 놓칠 판인 코로나 대처 등 총체적 정책 실패는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국민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수이고, 그 핵심 인사를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에도 정책실장을 유임시킨 것은 민심에 대한 오판이요, 불통 메시지로 비친다. 이미 실패로 판명난 정책을 주도한 인사를 재신임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

이번 유임이 후임자 찾기가 마땅찮은 탓이란 얘기가 사실이라면 더 심각한 일이다. 연말 부분 개각에서 확인했듯, 여전히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의 좁은 인재풀을 고집한다는 뜻이어서다. 그런 편협한 인사로 미증유의 위기 탈출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사개편이 단순 국면전환용이 아니라면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들을 폭넓게 기용해야 마땅하다.

이제 남은 임기 1년 반은 경제·민생의 잘못한 것을 바로잡고 미흡한 것을 채우는 수습의 시간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 이달 중순께로 예고된 추가 개각을 주시하고 있다.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은 “바깥의 정서, 의견을 부지런히 대통령께 전달해 잘 보좌하겠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