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일의 기쁨과 슬픔
2009년 출판된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10개 남짓한 직종에 대해 관찰하고 조사한 내용을 풀어나가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소개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많은 직종이 생기고 어떤 직종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에 밀려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일상의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와 연결된다. 그리고 2020년 상상도 못 한 새로운 주제와 직면한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선제적으로 유연근무와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하지만 연초에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이후 직원들에게 만족도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가 넘는 직원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주된 이유는 출퇴근 거리 감소, 불필요한 사내 모임 축소 등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몇 개월 뒤 다시 같은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큰 차이는 없지만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소통의 부족, 업무와 가정 병행의 괴로움, 팀워크 효율성 하락, 외로움 등이 주된 이유였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유연근무장소제다. 직원들이 일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집, 카페, 회사…. 또는 오전엔 집, 오후엔 회사 등. 이를 위해 모든 내부 회의는 비대면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브레인스토밍 같은 소수의 워크숍은 대면을 원칙으로 한다. 또 직원들이 디지털 화상회의 플랫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비대면 회의에 적절한 예의와 일의 규범들도 새로 교육받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새로운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동료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게 된다. 믿음이 부족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감은 불안함이 된다.

이런 새로운 변화들은 일의 기쁨이 되는가, 슬픔이 되는가? 중요한 것은 새로운 디지털 문화다. 기업의 성장은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도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술적 변혁과 구성원의 적응이라는 두 축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문화의 민첩성, ‘애질리티(agility)’를 높이는 것이다. 숨 쉴 틈 없는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힘을 간과하지 않으며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해진 업무 시간을 채우고 성과를 입증했다면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기준을 세우자. 재택근무가 단순히 “집에서 근무하세요”가 아니라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기술을 구축하도록 하자. 제조업 등 재택이 불가능한 업무는 새로운 변혁을 고민해보자. 보다 효율성 있게 일하면서 소통의 부재로 외로운 직원이 없도록 하자. 일은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함께 안겨준다. 리더라면 기쁨을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