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내일로 만 3년이 된다. 지난 3년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여당의 4·15 총선 압승으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안정적 정치구도에서 집권 후반기를 맞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연승(連勝)에 힘입어 중앙과 지방정부의 행정·입법 권한을 한손에 쥐게 됐다. 어제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1%로, 취임 3년 시점의 지지율로는 역대 최고다. 임기 말 레임덕 걱정은커녕 자신감 충만한 정치여건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문 정부 앞에 놓인 대내외 경제환경은 가시밭길이나 다름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경제는 -3% 이상 역(逆)성장해, 2차 대전 후 최악의 침체를 경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회복도 더뎌 세계경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발병 책임을 놓고 신(新)냉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중 간 2차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환경 변화에 맞춰 집권 초기 구상했던 국정계획을 밑그림부터 새로 그려야 할 판이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 취임 첫해 발표했던 ‘100대 국정 과제’를 대대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과 함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내일로 예정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어느 정도 수위의 정책 전환을 밝힐지 주목된다.

기왕 100대 국정 과제를 재검토하는 만큼 이념과 편견을 바탕으로 수립한 현실성 없는 정책부터 골라내 폐기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 등은 상당한 부작용과 역효과가 이미 확인된 만큼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거꾸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탈(脫)원전·친(親)노조 정책기조도 전향적으로 재고해야 할 때다.

정부가 이런 주요 정책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노동·환경단체 등 핵심 지지층이 강력히 요구해온 정책들이어서다. 그러나 행정 입법 사법 등 국가 권력을 사실상 장악한 정부가 된 만큼 이제는 국가 운명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정책 전환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권을 지지하는 이들뿐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이들까지 아우르는 ‘모든 국민을 위한 정부’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2년 뒤 진정으로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