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정하고 7조6000억원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가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51년 만에 ‘3차 추경’을 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전 국민 지급을 약속한 데다 야당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전 국민에게 줄 경우 선별작업을 생략할 수 있어 신속히 지급할 수 있다는 이점도 내세운다.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절대 다수당이 된 만큼 ‘국민 100% 지급안’은 국회에서 관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슈퍼 여당’의 첫 정책이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자는 것이라는 점에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코로나 쇼크’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네 차례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163조원을 쏟아붓기로 했고 한국은행도 45조원을 풀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할지 가늠조차 어렵다. 급한 곳부터 우선적으로 돈을 풀되, 한 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모두에게 주자고 한다. 사실 정부가 마련한 ‘소득 하위 70% 가구’ 지급안도 문제가 적지 않다. 재원 조달부터 그렇다.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기금을 동원한다지만 삭감하는 지출 2조4052억원 중 37.6%(9047억원)가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사업 등 군 전력 강화에 쓸 국방예산이다.

여당의 주장대로 100%에게 주려면 정부안보다 3조~4조원이 더 든다. 지출 삭감 등으로는 부족하고 국채를 찍는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마당에 빚까지 내면서 부자를 포함한 모든 이에게 돈을 뿌리는 게 과연 적절한 방향인가.

국민이 여당에 60%의 의석을 몰아준 것은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라는 명령이나 다름없다. 세금을 쌈짓돈처럼 마구 써도 된다는 면허증을 준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일각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30~50%로 제한하는 대신 지원금을 200만~300만원 정도로 대폭 올려 절실한 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후 민주당은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졌다며 더 겸허해지겠다고 했다. ‘다수의 힘’으로 무차별 돈풀기를 밀어붙일 게 아니라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