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들이 속속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실업대란과 기업·개인의 파산이 본격화한 것이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가 11년 만에 최대인 19만5000명 감소했고, 체감실업률은 14.4%(청년층은 26.6%)로 역대 최고였다. 일시휴직자가 한 달 새 126만 명 폭증한 160만7000명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라는 점은 코로나 충격의 강도를 가늠케 한다.

이뿐만 아니라 빚을 못 갚아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법인이 지난달 101건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53% 급증했다. 개인파산도 4274건으로 9.6% 늘었다. 문제는 이런 충격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외 경제활동이 마비된 충격이 파산과 실업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항공 호텔 여행 등 한계 상황에 이른 업종들의 휴직 폐업사태도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족쇄와 걸림돌을 풀어주고 한발이라도 더 뛰게 만들어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민생도, 일자리로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21대 국회를 이끌 ‘슈퍼 여당’의 공약과 그간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규제 강화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20대 국회에서 관철하지 못한 공정경제, 기업지배구조, 친(親)노동 관련 법 개정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금산분리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1호 공동 공약’이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 영업규제라는 점도 논란이 될 만하다. 내수 위축으로 기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풀어도 모자랄 판에 되레 규제를 강화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나.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다’는 거대 여당의 힘이 총선 공약에 나열한 전형적인 반기업·반시장 정책들을 강행한다면 경제 회생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5단체가 경제살리기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지만 코로나 위기에다 ‘입법리스크’까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주 52시간제 보완을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등 시급한 대책은 뒷전인 채 규제만 늘어난다면 기업활동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에 표를 몰아준 민심은 국난 극복에 힘써달라는 주문이지, 그동안의 정부·여당의 정책기조에 호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강조한 ‘무거운 책임’은 스스로 자제하고 숙고하면서 경제·민생을 살리겠다는 의미로 국민은 받아들이고 있다. 실업·파산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지금은 규제를 풀어야지 강화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여당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