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업계는 ‘중국발(發) 날벼락’을 맞아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자동차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대규모 장치산업들이 중국에 맡겨온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겨 생산을 전면 중단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2, 3, 4차 납품 중소기업들은 더 큰 충격에 직면해 있다. 당장 7일부터 현대자동차의 국내 전 공장이 멈춰서는 것 같은 초유의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 임금 근로시간 등의 반(反)시장·노조편향 일변도 정책으로 악전고투해온 터에, 중국에서 호흡기 바이러스를 타고 날아온 ‘한 방’이 결정타가 될 위기 상황이다.

중국발 쇼크가 예상 이상으로 악화한다면 예산을 조기에 투입하고, 추가경정예산이라도 편성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검토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재정을 쏟아붓는 것은 정책 우선순위의 맨 마지막이 돼야 한다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재정에 의존해서는 지속가능할 수 없을뿐더러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재난 대응을 핑계로 지역구 퍼주기 사업을 추경에 끼워넣고도 남을 것이다. 경제 충격 최소화는 전적으로 기업활동이 살아나느냐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올해 2.3%(한국은행)~2.4%(정부)로 전망한 경제성장률이 2.0%나 그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한다. 가뜩이나 물 먹은 솜 같은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은 훨씬 크고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경제의 당뇨병’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든다.

당장 올해 경기를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생적인 충격 흡수와 회복탄력성을 키울 근원적인 조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활동, 기업의 창의와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고 북돋는 방향으로 정책기조 대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시장과 기업 위에 군림하는 온갖 규제와 간섭, 기득권과 지대 추구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 노사가 알아서 결정하면 될 근로시간을,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주당 52시간을 넘으면 엄벌에 처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국가주의적 억압조치부터 폐기해야 할 것이다. 마스크가 동나자 정부가 “마스크 생산업체에는 한시적으로 연장근로를 허용한다”고 특별허가를 내준 것은 훗날 역사가들의 우스개 소재가 될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경제가 좋을 때도 나홀로 부진하고, 나빠질 때는 더 추락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자본 노동 원자재 에너지 등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성장이 한계라면 법·제도, 관행, 노사, 기술 등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양에서 질로의 전환이다. 그럴수록 정부가 스마트해져야 할 텐데, 유감스럽게도 조직만 비대해진 ‘돈 먹는 하마’이자 ‘규제 공장’이 돼가고 있다. 정부가 시장과 기업을 시시콜콜 옥죄는 한, 위기를 극복하고 민간활력을 되살리는 것은 더 요원해진다. 위기는 파도처럼 다가오지만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 그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