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기금운용원칙에 사회적 책임(ESG) 투자를 강조하는 ‘지속가능성’을 추가했다. 투자 자산을 선택하고 운용할 때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요소를 반드시 고려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ESG를 빌미로 기업 경영에 개입할 제도적 기반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자의적 판단으로 경영권이 위협받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ESG 평가가 급락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이사해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 주주활동 지침’을 지난달 제정한 데 이어 기금운용원칙에 ESG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가 21일 기관투자가의 대량보유 공시의무(일명 5%룰)를 완화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정부는 “일부 기업의 ‘오너 리스크’ 등을 견제해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정부에 좌지우지되는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생각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 눈 밖에 난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 때 개념이 다소 모호한 ESG가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시급한 과제는 기금 고갈에 대비한 수익성 제고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 탓에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정부 예상보다 3년 빠른 2054년으로 전망됐다. 연금 운용 수익률을 매년 1%포인트만 높여도 고갈 시기를 6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 개혁이 답보 상태에서 수익률 제고야말로 가장 중요한 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익률 개선보다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와 ESG 등을 통한 경영 간섭에 몰두하고 임대주택 건설 등 국민연금의 복지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부는 수익률을 극대화해 국민 노후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