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0대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매우 아프다”며 특별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20~30대 청년층과 50~60대 장·노년층 일자리 정책의 성과가 뚜렷하니, 남은 과제는 ‘40대 고용 확대’라는 취지다.

문 대통령의 주문은 그러나 엄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복잡한 고용시장의 작동원리를 단순화시킨 설계주의로 흐를 우려가 커 보인다. “고용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전제부터 현실 왜곡이다. 정부는 최근 4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 늘어난 취업자 수를 앞세우지만, 60대 이상 ‘노인 알바’ 양산 정책의 결과임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11월 한 달 동안 늘어난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만 40만8000개로, 전체 일자리 증가수(33만1000개)보다 많다. 이들의 상당수는 쓰레기 줍기, 학교 급식 지원 등 세금으로 만든 월급여 수십만원짜리의 허드레 일자리다.

청년 실업률의 소폭 하향도 비정규직 중심이어서, 성과로 보기 힘들다.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취업자가 각각 20개월, 11개월째 내리막이니 사회초년생들의 번듯한 일자리 잡기는 갈수록 ‘좁은 문’이 되고 있다. 대부분 가장이자, 우리 사회의 주축인 40대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노인 알바’ 만들기 방식을 40대로까지 확장하는 것은 ‘기회비용’의 낭비라는 측면에서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제조업이 회복될 때까지 40대 일자리 문제를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한 문 대통령 말에 답이 있다. 기업 살리기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어야 한다. 구시대적 ‘포지티브 규제’를 20년 넘게 이어온 파견법만 국제수준으로 개선해도 일자리 30만 개가 생긴다는 연구가 나와 있다. 법인세 등 세부담을 낮추고 정책 불확실성을 없애 민간을 뛰게 한다면 좋은 일자리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중국 동남아에도 한참 뒤처진 4차 산업혁명 분야 경쟁력을 지금부터라도 키워낼 선제적인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