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넉 달 만에 또 한국 기업들의 신용강등을 예고했다. 올 들어 S&P가 실제로 신용등급을 내렸거나 향후 강등 가능성을 예고하는 ‘부정적 전망’을 한 국내 기업은 9곳이다. 2016~2018년 매년 3개에서 급증했다. 앞서 3년 동안에는 등급이 오른 기업도 14개 있었지만, 올해는 전무하다.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실적 악화 등으로 본격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는 S&P 보고서가 무서운 것은 신용 강등의 이유다. 다수 언론이 주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시키며 주목하고 있다. S&P가 “글로벌 수요 둔화와 무역분쟁 심화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나타났고, 향후 12개월 동안 추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고,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정유 화학업종을 적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S&P는 ‘규제리스크’ ‘노동시장의 취약성’ ‘지나친 주주환원 정책’도 등급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이달 초 무디스에 뒤이어 나온 S&P의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해당 기업들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입법·행정 리스크’를 해소할 책무가 있다. 사법·외교적 마찰로 비롯된 일본과의 갈등전선으로 기업을 내몰 게 아니라, 그 반대로 보호하며 ‘정경분리’ 대응에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시장 개혁 등 해묵은 과제도 더 외면하다가는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노동이동 분석’ 보고서는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경직성이 심화돼 실업자의 재취업이 더 어려워졌고, 노동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S&P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앞서 2.4%에서 2.0%로 낮췄다. 이제 ‘위기 조짐’ 정도가 아니라 ‘위기의 시작’이라고 여기며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외환보유액 등이 아직 여유가 있다지만 자금이 이탈할 때는 순식간이다. 한 번씩 출렁거리는 외환시장을 봐도 불안하다. 방만한 재정 집행에 낙관 전망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기업 쪽보다 정부 신용이 더 걱정이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강등은 외환위기 때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위기가 그들의 경고와 함께 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