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서초·동작·마포·성동·종로구청 등이 국토교통부에 표준단독주택(약 22만 가구) 예정공시가격 재조정을 요구했다. 예정공시가격의 인상폭이 너무 큰 데다 같은 지역에서도 시세(실거래가) 반영률이 제각각이어서 민원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집단으로 주택 공시예정가격 재산정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표준단독주택 (예정) 공시가격은 전국 단독주택(약 418만 가구) 개별 공시가격의 산정 기준이 된다. 그런데 지난 7일 공람을 마친 ‘2019 예정가격’을 보면 지난해보다 가격이 100~200% 오른 주택들이 속출했다. 서울 평균 인상폭은 역대 최대 수준인 20.7%로, 지난해의 약 3배다. 게다가 도봉구 쌍문동 등의 경우 같은 동네에서도 실거래가 반영률이 최소 22%에서 최대 99%로 차이가 났다. 감정평가가 잘못됐거나, 감정평가사마다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만 결국 책임은 정부 몫이다. ‘고무줄’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정부가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국토부는 공시예정가격을 기초로 오는 25일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이후 한 달간 이의신청을 받아 3월20일 최종 확정한다. 이를 기반으로 4월 중순께 전국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표준단독주택 가격은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1개 사회복지·행정 분야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주택공시가격이 30% 정도 오르면 지역 건보료가 연 14만원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가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하지만 기초노령연금 탈락자가 급증할 가능성도 높다. 들쭉날쭉한 시세 반영률 탓에 조세 형평성의 원칙도 훼손될 게 뻔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세 부담 역시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정책 목표를 단기간에 밀어붙이다 보니 1년 사이에 너무 가파르게 세금이 늘고 지역별 증가 폭도 들쭉날쭉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 ‘주먹구구’란 비판을 받고 있는 시세 반영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수정을 하지 않는다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