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국가주의로 가는 길
국가주의로 가는 길이 달리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많아지면 그렇게 된다.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는 것은 국가주의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실업자가 늘고 자영업자가 몰락하자 다시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임대료를 통제하고, 카드 수수료와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인하하려고 한다. 정부 간섭 증가다.

이런 정책들을 시행하면 이제는 임대시장에서, 카드회사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임대시장에서는 임대 상가 공급이 줄어 오히려 임대료가 더 올라가고,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강제하면 임차할 상가를 찾기 어려워져 장사하는 사람들은 더욱 고통을 받는다. 그러면 다시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또 정부가 개입하고 종국에는 세금으로 상가를 사서 싼값에 임대해 주겠다는 정책까지 나오게 된다.

또 카드 수수료와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줄이면 카드회사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이 줄어 규모를 줄이거나 문을 닫는 회사가 생긴다. 그러면 실업자가 늘고, 정부는 늘어난 실업자 문제를 해결한다고 세금으로 기업들의 손실을 보전해준다거나 기업을 인수해 정부가 운영하려고 한다. 규제는 규제를 낳고, 정부의 개입과 간섭은 더 늘어난다.

만약 정부가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민간의 경제활동에 간섭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사회주의처럼 정부가 모든 기업과 국민에게 명령과 지시를 내리는 일이 벌어진다. 정부 개입이 늘수록 개인의 자유는 줄어들어 국가주의 성향은 강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국가주의로 변모해가고 있음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 개별 기업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게 된 것,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단속하는 것, ‘먹방(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을 규제하겠다는 것 등에서도 나타난다.

각국의 역사를 보면 발전과 번영은 정부의 간섭 정도와 반비례한다. 정부의 간섭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국가는 쇠퇴하거나 망했다. 반면 정부의 간섭이 적고 개인의 자유가 많을수록 번영과 풍요를 누렸다. 지금 한국 경제는 일자리 파괴, 자영업자 몰락, 기업 도산 속출, 중소기업 해외탈출, 기업 투자 감소, 빈곤층 소득 감소 등 총체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데 유독 한국 경제만 역주행하고 있다. 이것은 과다한 정부 개입과 결코 무관치 않다.

지금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할 때 시장경제의 핵심인 ‘사유재산’과 ‘경쟁’을 드러내놓고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유재산과 경쟁이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고, 탐욕스러운 자본가와 기업가가 불공정 행위로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기 때문에 이를 단호히 막아야 하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명령과 규제로 자본가와 기업가의 활동을 억제하고 간섭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아무리 명분이 좋다고 하더라도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이라면 실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들을 고집하는 것은 정부의 간섭이 늘어났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잘 모르는 지식의 결여 때문으로 보인다. 그것은 일부 정부 관계자와 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지식인들이 ‘국가주의’라는 용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인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국가주의가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들은 국가주의와는 관계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부인해도 정부 개입을 늘려 가면 국가의 권력이 커져 국가주의 사회로 가는 것은 분명하다.

국가주의를 우려하는 이유는 경제가 쇠퇴하는 것은 물론 그런 사회는 대중이 아니라 소수를 위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 사회에서는 정부 권력을 잡은 사람들과 그들과 관련이 있는 소수그룹만이 이익을 본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 간 갈등으로 사회가 혼란해져 국가의 안전까지 위협받는다. 그런 사회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도 국가주의 사회로 가는 메커니즘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시장경제가 더욱 활발해지는 제도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